[사설] ‘정운호 게이트’ 수사 미흡하면 특검 피할 수 없다

입력 2016-05-06 18:17
‘정운호 게이트’라 칭해도 무방한 상황이 됐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법조 비리 사건이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비화되는 등 파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 대표 자신의 구명을 위한 경찰·검찰·재판부 로비에서 시작돼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과 서울지하철 입점, 군부대 매점 화장품 납품 로비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등장인물은 각계의 유력 인사들이다. 여기에 사건 해결을 위해 거론된 청와대와 정부 관료, 검사의 실명이 담긴 브로커 녹취록까지 나돈다. 점입가경이 아닐 수 없다.

제기된 의혹은 여러 갈래에 걸쳐 있다. 정 대표 측 핵심 브로커 이모씨가 법조 로비를 맡고, 또 다른 브로커 한모씨가 군 및 업계 청탁 등 사업 로비를 담당했기 때문이다. 이 중 한씨는 5일 구속됐다. 로비 액수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법조 로비를 위한 수임료·성공보수금 50억원 이외에 면세점 입점 등 다른 로비에도 수십억원의 자금이 쓰였다는 얘기가 퍼져 나온다.

문제는 검찰의 수사 의지다. 당초 브로커 이씨의 별건 수사에 한정했던 검찰이 지난 2일 대한변호사협회의 관련자 고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수사를 확대하긴 했으나 거물급들을 제대로 손댈지 의문스럽다는 점에서다. 네이처리퍼블릭 본사와 법조 스캔들의 당사자 최모 변호사 사무소에 이어 서울지방변호사회와 서울지방국세청 등을 대대적으로 압수수색하고도 정 대표를 변론한 검사장 출신 H변호사 사무실을 그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들은 제 식구 감싸기로 보고 있다.

또 정 대표가 해외 도박 혐의로 내사를 받다 무혐의 처분된 점, 재수사 끝에 기소했으나 회사 자금 횡령 혐의를 적용하지 않은 점, 항소심에서 구형량을 깎아준 점 등은 검찰 수사·기소·재판 단계의 의문투성이다. 검찰이 내부 비리와 정·관계 로비 의혹 등의 실체적 진실을 제대로 파헤치지 못하고 또다시 꼬리 자르기에 나선다면 여소야대 국회의 특별검사가 나설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