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의 권력투쟁에 패한 아흐메트 다우토을루 총리가 전격 사퇴 의사를 발표하자 유럽과 미국이 당혹해 하고 있다.
다우토을루 총리는 5일(현지시간) “집권 정의개발당(AKP)의 단합을 위해서 당대표 교체가 적절하다고 본다”면서 “나는 당대표에 출마할 생각이 없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총리를 세 번 연임한 뒤 대통령에 당선된 에르도안은 의원내각제인 터키의 정부 형태를 대통령제로 바꾸는 개헌을 추진 중이다. 당초 거수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다우토을루는 ‘온건노선’을 견지하며 강압적 통치를 펴는 에르도안 대통령에 맞서 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다우토을루 총리의 낙마로 지난달 타결된 유럽연합(EU)과 터키 간 난민 송환 합의안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난민 협상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다우토을루 총리가 주도해 왔다. 이 합의안은 EU 회원국을 방문하는 터키 국민에게 비자를 면제하는 대신 그리스로 들어오는 난민과 이민자를 터키가 수용하도록 했다. 하지만 유럽의회는 터키의 대테러 노력과 부패척결이 미흡하다며 합의안에 비판적이었다. 이러한 비판에 메르켈 총리가 자주 언급한 인물이 ‘친서방파’ 다우토을루 총리였는데, 그가 권력을 잃은 것이다.
터키 내 ‘미국의 믿을 만한 친구’가 갑자기 사임해 미국 관리들도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퇴치전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다고 외교전문 포린폴리시가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자치 확대를 요구하는 과격 쿠르드노동자당(PKK)은 물론 알 아사드 정부군과 IS에 맞서 싸우는 시리아 쿠르드반군도 공격해 미국과 갈등을 빚어왔다.
반면 외무장관 출신인 다우토을루는 쿠르드족에 훨씬 관대한 대신 IS를 터키 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간주해 미국과 유럽의 신임을 얻었다. IS 격퇴를 위한 다국적연합군을 지휘한 존 앨런 미국 장군은 “다우토을루 총리와 우리는 호흡이 잘 맞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아주 다른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권력투쟁 패배 터키 총리 사퇴… 유럽·美 당혹
입력 2016-05-06 1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