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위키드’는 소설 ‘오즈의 마법사’의 숨겨진 이야기를 뛰어난 상상력으로 구현해 낸 작품이다. 똑똑한 녹색마녀 엘파바와 귀여운 금발마녀 글린다의 성장과 우정을 담았다. 2003년 10월 미국 초연 이후 역대 최단시간인 12년5개월만에 ‘빌리언(10억) 달러 클럽’에 가입할 만큼 높은 완성도와 재미를 자랑한다. 덕분에 좀처럼 보기 힘든 여자배우 투톱으로 이뤄진 ‘위키드’의 2013년 첫 한국어 공연은 대성공을 거뒀다.
뮤지컬 배우 정선아(32)가 2013년에 이어 2016년 앙코르 공연에 글린다로 다시 돌아온다. 지난해 ‘킹키부츠’와 ‘데스노트’ 이후 약 9개월만이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남산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선아는 “‘데스노트’ 이후 여행을 많이 다녔다. 그동안 너무 정신없이 달려온 것 같아서 한동안 쉬었다”면서 “오랜만에 무대에 오를 생각을 하니 다시 의욕이 솟는다”고 밝혔다.
한국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간판 여배우 가운데 한 명인 그는 고등학교 3학년 때인 2002년 신시컴퍼니의 ‘렌트’ 오디션에 응시했다가 주인공 미미 역으로 단박에 캐스팅됐다. 이후 그는 ‘아가씨와 건달들’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드림걸즈’ ‘아이다’ ‘에비타’ 등 여러 대작에서 주역을 맡으며 승승장구했다. 압도적인 가창력과 넘치는 끼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는 “어릴 때부터 뮤지컬 배우가 되어 무대에서 뛰어다니고 싶었다. 관객이 나에게 환호하는 것에 행복을 느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관객의 표정이 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작품에 몰입해 울고 웃는 관객의 모습이 나를 더 행복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정선아가 역할이 돋보이거나 압도적인 작품만을 굳이 고집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는 ‘아이다’에서 타이틀롤인 아이다가 아니라 연적인 암네리스를 연기했다. 위키드에선 엘파바가 아니라 친구 겸 라이벌인 글린다를 연기했다.
“투톱 여배우라도 아이다와 엘파바가 극중 빛나는 넘버(노래)로 박수를 많이 받는다. 솔직히 노래엔 자신이 있기 때문에 예전엔 이런 역할이 좋았다”는 정선아는 “그런데 나이를 먹으면서 생각이 변한다. 암네리스와 글린다는 관객을 행복하게 만드는 사랑스런 캐릭터다. 게다가 극중에서 성장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에 연기의 폭이 크다. 배우로서 이런 역할에 큰 매력을 느낀다”고 전했다.
그는 ‘위키드’의 초연에 앞서 열린 뮤지컬 갈라 콘서트나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글린다 가 아닌, 엘파바의 대표곡인 ‘중력을 벗어나’를 불렀다. 혹시 자신의 역할에 아쉬움이 컸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정선아는 “‘위키드’ 캐스팅 전, 관객들에게 선호도조사를 했는데 옥주현 언니가 엘파바 그리고 내가 글린다로 지지를 받았다. 해외 스태프들은 이런 조사결과를 모르는데도 주현 언니와 나를 각각 엘파바와 글린다로 캐스팅했다”면서 “관객이나 스태프들이 나 자신은 잘 몰랐던 사랑스러움을 먼저 발견해 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극중에서 행복한 역할을 연기하고 싶다. ‘킹키부츠’에서 비중이 크지 않은 로렌 역할을 맡은 것에 대해 주변에선 의아해 했지만 나는 즐겁게 연기했다”고 웃었다. 한편 ‘위키드’ 앙코르 공연에는 엘파바 역에 차지연 박혜나, 글린다 역에 정선아 아이비, 피에로 역에 민우혁 고은성 등이 캐스팅됐다. 5월 18일∼6월 19일 대구 계명아트센터, 7월 12일∼8월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뮤지컬 배우 정선아 “작품에 빠져 울고 웃는 관객에 행복감”
입력 2016-05-08 1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