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는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한 시기 한가운데 있다. 내적으로 영적 생명력과 경건성을 상실하고 있으며, 외적으로는 세상의 불신을 받고 있다. 이때에 절실히 요청되는 것은 초대교회 신앙과 종교개혁의 시대정신이다. 종교개혁자들은 '아드 폰테스(Ad Fontes)', 근원으로 돌아가는 것만이 교회가 사는 길임을 알았다. 그들이 '오직(Sola) 성경으로' '오직 믿음으로' '오직 그리스도만으로' '오직 은혜로' '오직 하나님의 영광만을' 위해 헌신했던 것처럼 한국교회 또한 '5대 솔라(Sola)'의 신앙으로 재무장할 때 진정한 개혁이 가능할 것이다. 국민일보는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역사의 현장을 추적하면서 한국교회 갱신을 위한 해답을 찾고자 한다. '종교개혁 500주년 특별기획-영성의 현장을 찾아서' 연재에 앞서 집필자들이 종교개혁의 의미를 되새겼다.
참석자
◆ 김성영 박사 (사회·전 성결대학교 총장>
◆ 주도홍 박사 (백석대학교 교수)
◆ 고성삼 목사 (사랑의교회 대외 총괄)
◆ 서대천 목사 (홀리씨즈교회 담임)
-내년은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는 해이다. 1517년 10월 31일, 마르틴 루터가 당시 부패한 가톨릭교회의 개혁을 요구하는 ‘95개 논제’를 비텐베르크 성문교회 정문에 게재함으로써 촉발된 종교개혁이 어언 5세기를 맞이하게 됐다. 우선 특별기획을 위해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라 ‘발로 쓰는 영적 순례기’에 자원하신 분들로서 이번 방문의 의의에 대해 말해 달라.
△주도홍 박사=종교개혁 500주년을 앞두고 한국교회에서는 진작부터 여러 기념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신학계에서는 기념 학술세미나를, 교단별로도 종교개혁의 의미를 오늘에 되살리기 위해 각종 집회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의 행사들이 일회성으로 끝나버리는 아쉬움이 많았다. 이번 종교개혁 기념 캠페인은 우리 시대에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500주년 행사라는 점에서 의례적 이벤트로 끝나서는 안 된다. 종교개혁 역사의 현장 속에서 21세기 한국교회에 무슨 의미를 줄 것인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고성삼 목사=‘개혁된 교회는 계속 개혁되어야 한다’는 종교개혁의 모토를 생각할 때, 종교개혁 500주년이야말로 한국교회가 개혁되고 또 개혁되어야 할 절호의 기회라고 본다. 특히 2017년 이후 한국교회가 어떻게 개혁될 수 있을지에 적용하면 좋겠다. 2016년과 2017년 상황이라는 ‘그릇’ 안에서 종교개혁의 정신으로 무엇을 담을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서대천 목사=종교개혁을 이끈 성령의 기류는 독일과 스위스를 중심으로 확산돼 프랑스와 네덜란드, 스코틀랜드와 영국 등 유럽으로 번졌고 미국을 거쳐 한반도로 들어왔다. 역사가들은 이를 ‘성령의 지형’으로 말한다. 이번 특별기획은 일종의 ‘신사도행전’이 될 수 있다. 종교개혁의 의의를 재발견해 정체 상태에 빠진 한국교회의 부흥을 촉진하게 되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
-이번 답사는 종교개혁의 모토인 ‘5대 솔라’가 갖는 영적 상징성에 착안해 5개 부분으로 나누어 개혁의 현장을 직접 가보는 ‘발로 쓰는’ 답사기이다. 주 박사는 제1진으로 ‘솔라 스크립투라(오직 성경으로)’를 맡았다. 최근 독일을 중심으로 루터의 개혁현장을 다녀오셨다.
△주 박사=루터가 종교개혁의 횃불을 든 비텐베르크 교회를 비롯해 스위스 취리히를 중심으로 츠빙글리의 고향을 돌아봤다. 과거에도 수차례 다녀왔지만 이번에 가보니 완전히 새 옷을 갈아입었더라. 내가 가르치고 생각했던 종교개혁의 현장보다 더 생생하게 다가왔고 감회가 컸다. 21세기 종교개혁에 대해 할 말이 생겼다. 루터가 어떻게 오직 말씀의 권위에 근거해 개혁을 해나갔을까를 고민했다. 비텐베르크에서 숙소를 잡았는데 바로 옆이 루터의 생가였다(웃음).
△서 목사=나는 제2진으로 ‘솔라 피데(오직 믿음으로)’를 담당한다. 스위스와 프랑스 네덜란드 영국 등 4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현장을 돌아보면서 왜 우리가 다시 하나님께로 돌아가야 하는지 그 의미를 살필 것이다. 현지 전문가들과도 동행한다. 목회자의 관점에서 개혁가들이 외쳤던 마음을 느껴보고 싶다. 그들의 외침이 한국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집중하려 한다.
-16세기 ‘종교개혁’ 하면 대부분 독일과 스위스를 중심으로 이야기 한다. 그런데 영국의 종교개혁도 대단히 중요하다. 루터보다 140년이나 앞서 존 위클리프(1330∼1384)는 당시 부패한 가톨릭교회의 개혁을 외쳤다. 고 목사는 제3진으로 ‘솔라 크리스투스(오직 그리스도만으로)’를 맡았다.
△고 목사=사랑의교회에서 영국 웨일즈 지방에 ‘웨스트신학교’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사장을 맡아오면서 6년간 영국을 오갔다. 옥스퍼드에 가면 순교자 탑이 있다. 영국의 순교자들은 화형을 많이 당했다. 존 녹스부터 틴데일, 위클리프, 한국에 파송된 토머스 선교사까지 영국은 한국교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번 기획을 통해 종교개혁뿐 아니라 영국교회와 한국교회와의 관계도 말하고 싶다.
-영국은 청교도 신앙으로 미국을 개척해 미국교회 신앙의 기초를 놓았다. 그리고 미국교회를 통해 한반도에 복음이 들어왔다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한 개혁적 영성의 현장이다. 그렇다면 이번 기획을 통해 구체적으로 어떤 메시지가 한국교회에 전달되기를 기대하는가.
△서 목사=오늘 한국교회는 하나님을 잃어버리고 있다. 목회자들의 설교 속에 하나님의 속성과 심정, 방법이 없다. 신부나 스님이나 목사나 메시지가 비슷하다. 차별이 없다. 윤리적 설교가 많다. 그 안에 하나님을 발견할 수 없다는 것에 가슴이 찢어진다. 종교개혁자들이 강조한 것처럼 이제 교회는 하나님을 드러내야 한다. 그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 목회자 자신은 사라지고 오직 하나님만 드러내기를 바란다.
△주 박사=중세교회는 화려했다. 신학과 법, 의식, 권위가 확고했다. 그런데 어떻게 한 무명 수도사이자 신진대학의 교수인 루터가 ‘오직 성경’을 외치며 개혁을 이뤄냈을까. 이는 매우 신비로운 일이다. 루터는 보름스의회에서 그의 주장을 취소하라는 교황청 사제 앞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하나님의 말씀에 근거해서 나의 양심이 틀렸다는 확신이 없는 한 오직 말씀에 근거해서 나는 한 자라도 내가 주장한 것을 거부할 수 없다. 이 보름스의회 건물을 덮고 있는 기왓장의 모든 수만큼 사탄이 몰려온다 할지라도 말이다. 하나님, 내가 여기 서 있습니다. 나를 도우소서.’ 특별한 성령의 간섭과 영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이다. 루터가 어떻게 오직 성경만을 진리의 기준으로 붙잡았는지를 탐구할 것이다.
△고 목사=최근 영국의 역사학자에게 들은 얘기다. 장 칼뱅이 5년 간 제네바에 있을 때 프랑스에 교회 2304개를 개척했다고 한다. 칼뱅은 신학생을 키워 교회를 개척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종교개혁은 교회개혁이었다. 기존 교회를 개혁했고 또 교회개척을 통해 새로운 운동을 전개한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의 유럽은 ‘종교개혁 500주년’에 대해 관심이 없다. 그런 면에서 유럽에 다시 복음을 전해야 한다. 한국교회가 영적 암흑세대인 유럽을 향해 각개전투 아닌 공동 전략을 가지고 선교하며 교회를 개척해야 한다고 본다. 한국교회의 젊은이들이 가야 한다.
-특별기획은 ‘솔라 그라티아(오직 은혜로)’와 ‘솔리 데오 글로리아(오직 하나님의 영광만을)’로 이어지게 된다. 기획에 임하는 각오와 제언을 말해 달라.
△주 박사=한국교회는 이제 유럽이나 서구신학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만의 신학과 개혁을 이뤄가야 한다. 종교개혁이 독일교회가 어려워졌을 때 독일을 변화시키고 유럽을 변화시킨 것처럼 이제 한국교회가 어려워졌을 때 한국교회가 변화를 받아 다시 세계로 진리의 횃불을 들고 나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고 목사=세 가지를 눈여겨 봐야 한다. 우선 어떻게 한국교회가 현재의 유럽교회와 동역할 것인가이다. 둘째는 종교개혁의 열기가 있었으나 교회가 쇠퇴한 이유는 무엇인지를 살펴야 한다. 셋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교회는 쇄신의 몸부림이 있다는 것이다.
△서 목사=종교개혁의 생생한 역사의 현장을 제대로 소개하고 싶다. 그래서 개혁가들이 외쳤던 그 마음을 전달해 한국교회와 사회가 회복되고, 성령의 부흥이 일어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정리=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종교개혁 500주년]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집필진 좌담
입력 2016-05-08 21:16 수정 2016-06-23 16: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