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연애소설 쓴다… 과연 심쿵?

입력 2016-05-07 04:04

인공지능(AI) 작가가 쓴 로맨스 소설을 읽게 되는 날이 머지않아 올 전망이다.

구글이 최근 몇 달간 2865권의 로맨스 소설을 자사 AI 엔진에 읽혀 인간의 언어를 이해토록 했다고 미국 인터넷매체 버즈피드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맨스 소설 중에서도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수위 높은 내용의 소설이 대부분이다.

구글이 AI 언어 학습 교재로 수위 높은 로맨스 소설을 선택한 건 인간의 언어를 배우는 데 가장 적합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구글 연구팀은 로맨스 소설이 이야기 구조가 단순한 반면 다양한 단어로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AI 엔진은 수천 권의 책을 읽고 비슷한 의미를 다양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웠다. 이를 통해 언어의 의미뿐만 아니라 빈정대는 말투 같은 뉘앙스까지 익히는 훈련을 했다.

구글 AI 엔진은 소설에서 배운 표현을 바탕으로 직접 문장을 작성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AI 엔진에는 ‘딥러닝’ 알고리즘이 적용된다. 수천 권의 소설에서 본 문장을 계속 활용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작가 같은 유려한 문장을 만들 수 있다.

최근 AI의 창작활동은 미술, 음악 등에서도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구글은 그림을 그리는 AI ‘딥드림’으로 추상화를 그리고 있다. 딥드림이 그린 추상화 29점은 9만7000달러에 팔리기도 했다. 예일대는 바흐풍의 음악을 작곡하는 ‘쿨리타’라는 AI를 선보이기도 했다.

그중에서 언어를 기반으로 한 AI의 활동이 중요한 건 언어가 인간과 소통하는 수단이기 때문이다. 구글이 AI 엔진에 소설을 읽힌 이유도 구글의 각종 서비스를 ‘대화하듯’ 제공하기 위한 게 일차적인 목적이다. 예를 들어 구글은 최근 지메일에 자동응답 기능인 ‘스마트 리플라이’를 도입했다. 사용자의 이메일을 보고 적당한 답장을 자동으로 보내는 건데, AI가 인간의 언어를 정확하게 이해할수록 유용한 서비스가 된다.

AI의 언어 능력이 계속 발전하면 언젠가는 AI 작가가 쓴 로맨스 소설을 볼 수도 있다. 앤드루 다이 구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라면서도 “위험요소를 최소화할 때까지는 대중에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채팅봇 ‘태이’의 사례에서 보듯이 잘못 학습된 AI의 말은 흉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이 성인용 로맨스 소설로 AI 학습을 시켰기 때문에 현재로선 부적절한 글을 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AI 작가의 작품은 생각보다 일찍 만나볼 수도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 3월 AI가 쓴 단편소설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이 호시 신이치 공상과학 문학상에서 1차 심사를 통과했다. 이 소설은 AI가 호시 신이치의 소설 1000편을 학습한 후에 만든 결과물이다.

일본 정부는 AI의 저작권을 인정해주는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일본 지적재산전략본부는 현재 인간의 창작물에만 인정하고 있는 저작권을 AI의 창작물에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AI가 만드는 음악, 소설 등에 이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