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물 계속감시의무 소홀 땐 제조자에 형사처벌 묻기 가능”

입력 2016-05-06 17:51
사회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가져온 가습기 살균제처럼 ‘유해한 제품’ 제조자가 제품 출시 이후 결함을 지속적으로 감시하지 않았다면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 나왔다.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김호기 교수는 6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형사정책연구’에 실린 ‘개발위험의 항변과 형법적 제조물 책임’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위험한 제조물에 대한 지속적 관리의무를 소홀히 한 제조자는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개발위험’은 제품 제조 당시 위해성 여부를 판단할 만큼 과학적 지식이 충분하지 않아 결함이 있는 제품이 제조되고 유통될 수 있는 위험을 뜻한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국가들은 개발위험을 인정해 제품 결함이 나중에 발견됐을 경우 제조자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면제해 준다.

김 교수는 그러나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과 별개로 제조자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그 근거로 제조물책임법 4조 3항에 제시된 ‘제조물 계속감시의무’를 제시했다. 제조물 계속감시의무는 제조자가 위해성이 불확실한 제품을 제조·판매한 이후에도 결함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결함을 발견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는 의무다.

특히 이 조항은 제조자가 물건 공급 후 결함을 파악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개발위험을 핑계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제조사들이 제품 사용자들의 피해를 파악하고도 적극적인 구제에 나서지 않았다면 개발위험을 핑계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거부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사회구성원이 신기술·신물질 등으로 인해 발생하는 폐해에 무방비 상태로 방치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품의 위해성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위해성이 밝혀진 경우 적절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며 “이러한 의무는 이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위험을 창출한 제조자가 부담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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