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는 4일(현지시간)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일본 독일 등 미군이 주둔한 국가는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동맹국들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한 적은 있지만 100% 부담을 주장한 것은 처음이다. 트럼프는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 대하지 않으면 미치광이가 있는 북한에 맞서 스스로 방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주한미군 주둔비를 100% 내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압박으로 해석된다.
미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주요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를 앞서고 있어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은 아직까지 낮아 보인다. 예상을 깨고 트럼프가 승리한다 해도 그의 말처럼 미국 정책이 짜여질지도 미지수다. 우방과의 동맹관계를 중시하는 행정부와 대통령을 견제하는 의회가 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대통령 한 사람의 의중대로 정치·국방·외교 분야가 좌우되는 독재국가나 후진국도 아니다.
그럼에도 트럼프의 주장을 백안시해서는 안 된다. 우선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비를 충분히 분담한다는 점을 미국 조야(朝野)에 인식시킬 필요가 있다. 한국은 지난해 9320억원의 분담금을 냈다. 주한미군이 사용하는 토지나 각종 세금 면제액 등을 감안하면 실제 부담률은 70%에 육박한다.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분담금을 올려주고 있다. 주한미군이 한국의 방위만을 위해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급부상한 중국을 견제하고 미국 주도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주한미군을 활용한다. 주한미군을 철수하면 북한 김정은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에 말려드는 꼴이 된다. 주한미군 철수를 바라는 중국과 러시아에도 남 좋은 일을 시켜주게 된다. 한국 정부는 트럼프와 참모를 포함해 미국 조야를 설득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사설] 트럼프 발언 황당하나 백안시해선 안 돼
입력 2016-05-06 1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