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12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향후 10년 동안은 1위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겁니다.”
최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공원로 국민일보에서 만난 조성돈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대표는 대한민국이 직면한 자살의 현실에 대해 이렇게 지적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국내 자살 사망자는 1만3836명이다. 한 끼 식사시간에 불과한 38분마다 한 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이다.
기독교자살예방센터는 2012년 3월 라이프호프(이사장 이문희 목사)가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한국 기독교를 중심으로 자살예방센터를 설립해야 한다는 공감대 속에서 창립됐다. 조 대표는 운영위원장으로서 실무를 맡아왔다. 그리고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신반포중앙교회(김성봉 목사)에서 진행된 ‘2016년 킥오프 행사’에서 신임 대표로 취임했다. 창립 4년 만에 3인의 공동대표 체제에서 단일대표 체제로 새로운 출발선에 선 것이다.
“2008년 자살자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을 담은 책 ‘그들의 자살, 그리고 우리’를 출판한 뒤 곤욕을 치렀습니다. ‘자살한다고 다 지옥 가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가 ‘네가 죽어라’라는 얘기까지 들었습니다. 그만큼 한국교회가 자살을 터부시하고 있었던 거죠.”
조 대표는 “초창기만 해도 교회가 자살 관련 교육 자체를 거부했었다”며 “자살에 대한 한국교회의 인식이 바뀌기까지 약 5년의 시간이 더 걸렸다”고 설명했다. 편견을 딛고 끊임없이 자살예방 교육을 지속한 결과 지금 교회는 물론 학교와 사회복지단체 등에서도 자살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 사역이 확대돼 자살예방 강사 양육을 위한 ‘생명보듬이 교육 무지개’, 청소년 자살예방을 위한 ‘라이프키퍼 캠프’, 40∼50대 가장들을 위로하기 위한 ‘마음이음 4050’, 생명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해 1500여 명의 참가자가 함께 걷는 ‘생명보듬 함께 걷기’ 등의 프로그램이 연중 실시된다.
조 대표는 “우리나라(2011년)와 일본(2006년)이 자살예방법을 제정하면서 단기적으로 자살 사망자를 줄이기도 했지만 오스트리아처럼 정부와 사회단체, 언론 등이 협력해 범국가적으로 자살예방운동을 펼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몸짱이 대세인 시대지만 몸이 아닌 마음 근육을 키워야 한다”며 “죽음의 문화가 아니라 생명의 문화가 자리 잡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래서 한국교회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이프호프는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저녁 자살 사망자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마음이음예배’를 드린다. 조 대표는 “장례식장에서 ‘고인은 비록 지옥에 가셨지만’이라고 설교를 시작하는 상황도 나왔다”며 “가족의 죽음으로 낙망한 유가족들이 교회로부터 위로받지 못한 채 오히려 장례예배를 치르는 문제로 교회 내 분란이 생겨 더 큰 상처를 입는 것에 대한 현실적 대안”이라고 밝혔다.
라이프호프는 자살한 성도의 장례 소식을 접한 목회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장례예배 설교문과 신학적 이해를 담은 책을 올 여름 발간할 계획이다. “더 이상 한국교회가 ‘자살’이란 주제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1교회 1학교, 자살예방 교육시키기 운동’을 진행 중인데 한국교회가 ‘생명지킴이’로서의 사명을 갖고 동참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라이프호프 기독교자살예방센터 조성돈 대표 “한국교회, 생명지킴이로서 자살예방 힘써야”
입력 2016-05-08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