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저유가 먹구름에 가린 태양광… 한화·LG “그래도 해 뜬다”

입력 2016-05-07 04:02

유럽 국가들의 보조금 삭감과 중국산 저가 제품의 파상공세에 ‘이합집산’을 겪고 있는 태양광에너지 업계가 ‘저유가’라는 복병까지 덮쳐 고전하고 있다. 일부 기업들은 일찌감치 손을 뗐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활로를 모색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엎친 데 덮친’ 태양광 업계=태양광에너지 시장의 큰손이었던 유럽 각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10년부터 태양광 시설에 지원하던 보조금을 삭감하기 시작했다. 중국에서는 저가 상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태양광에너지 업계는 공급과잉에 빠졌다. 업계 관계자는 5일 “업계 선두기업들의 이름이 매년 바뀔 정도로 혼란스러운 시장 상황이 계속됐다”고 말했다. 게다가 ‘셰일 혁명’으로 배럴당 40달러 안팎까지 떨어진 저유가 상황은 태양광 업계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이미 태양광 사업을 검토했던 상당수 업체들은 발을 뺐다. 삼성SDI는 유가가 최저치로 폭락한 2014년 말 태양광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해 1월 미국 태양광전지 제조사인 헬리오볼트를 매각하며 저유가 장기화에 대비했다. SKC솔믹스가 태양광 셀에 들어가는 잉곳과 웨이퍼를 생산하고 있지만 지난해 52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고전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에너지 부문에선 사실상 태양광 사업을 포기하고 배터리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의 샤프도 태양광 사업 부문을 매각하는 등 해외 상황도 비슷하다.

◇‘위기는 기회’ 활로 찾는 기업들=반면 여전히 의욕적인 태양광 기업들도 있다. 2010년부터 태양광 사업에 뛰어든 한화가 대표적이다. 한화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솔라펀파워홀딩스’를 인수해 한화솔라원을 출범시키며 사업을 시작했다. 2012년에는 세계 최고 태양광 생산업체였던 독일의 큐셀을 인수해 한화큐셀을 만들었다.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은 지난해 2월 다시 한화큐셀로 합병했다.

한화큐셀은 미국과 일본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전체 매출에서 미국 비중이 35.8%, 일본 비중이 22.1%였다. 이런 사업 전략은 어느 정도 적중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내리 적자였던 한화큐셀은 지난해 매출 17억9900만 달러(2조787억원), 영업이익 7600만 달러(878억원), 당기순이익 4400만 달러(508억원)로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인도와 터키 등 신흥시장에도 적극 진출하고 있다. 한화큐셀 관계자는 “저유가 시대에도 석유연료 사용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자신했다.

LG는 고효율의 프리미엄 제품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LG전자가 지난해 출시한 태양광 모듈 ‘네온2’는 19.5%의 효율을 기록했다. 평균 16% 수준인 일반 태양광 모듈에 비해 효율성이 높다. 그만큼 좁은 공간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처럼 토지가 좁은 국가들은 조금 비싸더라도 높은 효율성을 가진 제품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LG전자는 현재 연간 1GW급인 생산능력을 2020년까지 3GW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LG는 나아가 태양광에너지 ‘생산-저장-관리-사용’ 토털솔루션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전자는 2014년 12월 ‘에너지사업센터’를 신설하고, 태양광, ESS(에너지저장장치), EMS(에너지관리시스템), 라이팅(에너지 효율적 사용관리) 사업 부서를 두고 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