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물급 전관·서슬퍼런 현직… 정운호 수사 ‘벽’ 넘을까

입력 2016-05-06 04:00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법조 비리 사건은 정 대표가 고용한 전관 변호사·브로커들이 현직 판·검사에 구명 로비를 했는지, 이들 간에 ‘뒷거래’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평가다. 벌써부터 검찰이 검사장 출신 ‘거물급’ 전관 변호사와 현직 부장판사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전·현직 검사’ ‘현직 판사’ 벽 넘을까?

검찰은 4일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 정 대표의 ‘상습 도박’ 사건을 변호한 검사장 출신 H변호사의 과거 수임 자료를 확보했다. 또 관할 세무서를 압수수색해 H변호사의 세금 신고 내역을 파악하고, 계좌 추적 영장을 발부받아 주변 자금 흐름을 쫓고 있다.

그러나 H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없었다. ‘제 식구 감싸기’란 지적이 나오자 검찰은 “아직 의혹이 범죄단서 수준으로 넘어가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검찰이 H변호사 수사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서울의 한 변호사는 5일 “검찰의 대대적 압수수색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는 상황에서 H변호사만 사무실 자료를 은닉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검찰 요직을 두루 거친 H변호사는 정 대표의 핵심 브로커 이모(56)씨와는 고교 동문으로 친분이 있는 사이다. H변호사와 더불어 정 대표의 ‘로비 스캔들’을 촉발한 최모(46·여) 변호사가 구형량 감형 등을 부탁했다는 S부장검사에 대한 조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 변호사와 S부장검사는 대학 동문이자 연수원 동기이다.

현직 판사에 대한 검찰 조사는 더욱 어려울 전망이다. 브로커 이씨와 저녁식사를 한 L부장판사, 정 대표가 평소 ‘형님’으로 불렀다는 수도권 법원의 K부장판사 등이 조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금품 수수’ 등의 범죄 혐의를 포착하지 못한다면 법원이 압수수색·계좌추적 영장을 발부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강제 수사가 불가능하다. 당사자들이 관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참고인 조사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일선 판사들도 검찰 수사에 부정적이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법관의 이름이 거론된다는 이유로 압수수색·계좌추적이 이뤄진다면 판결에 불복하는 피고인들의 보복성 의혹 제기가 빗발칠 것”이라며 “판사들이 어떻게 재판을 하겠느냐”고 말했다. 검찰은 수감 중인 정 대표의 접견 기록과 녹취록 등을 분석해 현직 법조인의 소환 여부·시기 등을 조율한다는 계획이다.

정운호 최측근 조사, 군납 브로커는 구속

검찰은 최근 네이처리퍼블릭 박모 부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박 부사장은 정 대표가 과거 더페이스샵을 운영하며 사세를 확장하던 시절부터 10년 이상 정 대표를 보좌한 ‘최측근’으로 꼽힌다. 검찰은 정 대표의 사업 로비 정황과 수사·재판 과정에서 접촉한 인물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화장품을 군부대에 납품할 수 있도록 로비하고 대가로 정 대표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브로커 한모(58)씨를 5일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엄철 판사는 “범죄 사실이 소명되고 도주 우려가 있다”고 영장 발부 사유를 밝혔다. 한씨는 2011년 동창인 국방부 차관 이모씨를 통해 국군복지단장 박모씨와 식사 자리를 갖고 납품 로비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씨가 구속됨에 따라 정 대표의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의혹 등 관련 수사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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