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담배와의 전쟁’

입력 2016-05-06 04:04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본보기로 제작한 담뱃갑. 새 규정에 따라 담뱃갑 앞면과 뒷면의 각각 65%에 흡연의 폐해를 알리는 경고문구와 사진이 들어가야 한다. EU 집행위 홈페이지

지구촌이 담배와의 치열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담뱃갑 포장의 절반 이상을 흡연의 폐해를 알리는 경고문에 할애하고, 담배를 살 수 있는 나이 제한도 높이는 추세다. 담뱃값에 부과되는 세금 증가율은 해마다 고공행진이다.

AP통신은 담뱃갑 포장의 65% 이상에 흡연 폐해 경고문이 들어가는 규정이 오는 20일부터 유럽 전역에서 시행된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럽 최고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는 담뱃갑에 경고문을 ‘도배’하라는 유럽연합(EU)의 지침이 합당하다고 판단했다. 세계적 담배회사 필립모리스와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는 2014년 EU의 새 지침이 권한을 넘어섰다고 제소했지만 결과적으로 저지에 실패했다.

재판부는 “EU 규정이 흡연과의 싸움, 공중보건 보호라는 방향에 어울려 적절성의 경계를 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새 규정에 따라 유럽에서 판매되는 담배는 흡연 폐해 경고가 앞면과 뒷면의 65% 이상을 차지하도록 포장해야 한다.

박하향 성분이 들어간 멘솔담배 판매도 금지된다. 전자담배 광고도 전면 금지된다. EU 지침의 발효일은 오는 20일이지만 이미 공급된 재고를 고려해 내년까지는 기존 제품을 팔 수 있다. BAT 관계자는 “개별 국가의 자치권을 존중하지 않은 판결”이라며 “EU의 지침은 도를 넘어섰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흡연으로 연간 100만명이 사망하는 인도 대법원도 전체 포장의 20% 크기였던 담뱃갑 경고그림을 양면 85%로 키우는 정부 명령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미국에서는 흡연 가능 연령을 올려 흡연율을 줄이려 한다. 미국 ABC방송은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담배를 사고팔 수 있는 법정 흡연연령을 18세에서 21세로 높이기로 한 법안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ABC방송은 의학연구소 연구를 인용해 “흡연자의 90%가 19세부터 담배를 피운다”고 설명했다. 지난 1월 하와이주가 미국 최초로 법정 흡연 연령을 21세로 높였다. 하와이 주정부는 계도기간 3개월을 거쳐 지난달부터 집중적인 단속을 하고 있다. 뉴욕, 시카고,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연령 제한이 도입됐다.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다음달 9일부터 적용된다.

호주 정부도 2017년부터 담뱃세를 매년 12.5%씩 올려 2020년에는 담배 한 갑 가격이 40호주달러(약 3만4600원)가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호주는 지금도 담배 가격이 세계에서 가장 비싼 국가다. 스물다섯 개비가 들어 있는 한 갑이 25호주달러(약 2만1600원)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