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선배’ 日 성공-실패 배워라

입력 2016-05-05 18:54

한국은 일본의 과거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조선·해운 업종 구조조정이 본격 진행 중인 가운데 구조조정 ‘선배’ 격인 일본의 과거 정책이 주목받고 있다.

일본은 1970, 80년대 조선업 구조조정 및 2000년대 초 부실 제조기업들에 대한 구조조정을 잇달아 진행했다. 부동산 버블(거품) 붕괴 후 진행된 2000년대 초 구조조정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일본은 1999년 산업활력법을 제정해 기간산업의 자발적 사업재편을 유도했다. 공급과잉 업종의 재편에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는 한국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과 비슷한 내용이다.

사업재편을 승인 받은 일본 기업은 지난 2월까지 600여곳이다. 닛산자동차, 스미토모금속 등도 포함됐다. 2002년부터 3년간 본격 추진된 구조조정 결과, 실적이 공시된 105개 기업 중 87.7%가 생산성 향상 목표를 달성했다. 기업당 평균 400명 이상 신규 고용 효과를 창출했다. SK증권 한대훈 연구원은 5일 “한국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후 구조조정을 실시했던 건설업종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며 “원샷법으로 수혜를 받는 업종은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 이재만 투자전략팀장은 “중장기적 체질 개선을 모색할 수 있는 현대중공업과 포스코가 주목된다”고 밝혔다.

반면 70, 80년대 조선업 구조조정은 과도한 인력 감축으로 실패했다는 평가다. 당시 일본 조선소는 독의 절반을 닫았고, 도쿄대학교는 1999년 조선학과를 폐지했다. 일본 대학에서 조선학과는 모두 사라졌다. 현재 조선소 설계인력은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이다. 인력을 모으기 위해 2012년부터 조선소 통합을 진행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있다. 일본의 전체 조선소 수는 37개로 한국보다 많지만 설계인력 수는 압도적으로 적다.

한국 역시 단기적인 영업이익을 높이기 위한 과도한 인력 구조조정은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나금융투자 산업재팀은 “일본은 80년대 불황기에 선박 수요가 줄어들 거라고 예측하고 핵심 인력을 줄이는 실수를 저질렀다”며 “사업 재편 과정에서 연구 투자 확대, 친환경 선박 개발과 관련된 인력 육성 등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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