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군사동맹체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발트해 지역과 동유럽에서의 군사행동을 확대하면서 러시아와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잇따른 군사력 증강과 대규모 훈련이 무력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소비에트연방(소련)이 해체된 1991년 이후 가장 높아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국 신화통신은 5일 러시아가 나토의 발트해·동유럽 지역 군사력 증강에 대응해 3개 사단을 새로 창설한다고 보도했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군 고위간부와의 화상회의에서 “서부 국경에 2개 사단, 남부 국경에 1개 사단을 증강하겠다”고 밝혔다. 3개 사단은 각각 1만명 정도 병력으로 구성된다. 신규 배치는 올해 말 완료된다.
이에 앞선 2일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은 독일 슈투트가르트로 가는 비행기에서 “발트3국과 폴란드에 순회지상군을 창설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순회지상군은 4개 대대 4000명 규모다. 내년 2월 미국이 동유럽에 파병하는 기갑여단과는 별도의 전력이다. 나토는 지난해 6월 회원국 국방장관회의에서 신속대응군 규모를 1만3000명에서 4만명으로 늘렸다.
나토는 지난 2일부터 회원국 에스토니아에서 6000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 훈련지역이 러시아 접경이어서 무력시위 성격이 강하다. 지난해 10월에는 지중해와 캐나다에서 3만6000명을 참여하는 연합훈련을 실시했다. 13년 만에 최대 규모였다.
갈등의 근원에는 ‘나토의 동진(東進)’이 자리잡고 있다. 90년대 이후 구소련 중심 군사동맹체 바르샤바조약기구에서 탈퇴한 동유럽 국가와 새로 독립한 발트해 연안국이 나토에 가입한 게 계기다. 이는 러시아에 서쪽 완충지대(buffer zone)가 사라짐을 의미한다. 2014년 우크라이나 사태는 러시아와 나토 관계의 전환점이 됐다. 우크라이나에 친서방 정권이 수립되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친러반군을 지원했다. 심지어 크림반도에 ‘크림공화국’을 세운 뒤 무력으로 합병했다.
최근 나토가 강경하게 대응하는 데는 러시아의 시리아 내전 개입도 연관이 있다. 냉전 종식 후 처음으로 지난해 시리아에 공군을 파견하며 중동 정세에 개입하자 ‘허’를 찔린 미국이 유럽동맹국들과 연합해 러시아의 아킬레스건인 동유럽·발트해 국경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무력시위가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발트해 연안국을 꼽는다. 지난달 13일 발트해 공해에서 러시아 전투기가 미국 구축함에 30피트(약 9m) 가까이 근접 비행하는 등 미 해군이 ‘모의 공격’이라고 비난할 정도의 도발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영국 런던 소재 싱크탱크 유러피언리더십네트워크(ELN)는 “지난해 3월 이후 나토와 러시아 사이에 핵전쟁을 촉발할 만한 군사적 갈등이 60차례나 있었다”면서 “양측의 군사훈련 규모와 횟수 증가가 전쟁발발 위험을 실질적으로 높이고 있다”고 밝혔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新냉전’ 나토·러, 발트연안서 군사력 증강 경쟁
입력 2016-05-06 0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