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2000∼2001년 가습기 살균제의 개발·제조·판매 과정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듦에 따라 2011년 이후 옥시의 조직적 증거인멸·은폐 의혹 수사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그동안 옥시에 대한 수사를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 진행했다. 제품 개발·제조 및 판매 시점인 2000년 전후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독성 인지 여부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가 본격화된 2011년 이후 조직적 증거인멸·은폐 의혹이다.
현재 2000∼2001년 제품 개발과 제조에 대한 수사는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검찰은 2000년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독성물질로 지목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의 유해성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2000년 옥시 연구소 선임연구원이던 최모씨는 검찰 조사에서 “흡입독성 실험이 필요하다고 윗선에 보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신현우 옥시 전 대표 등은 PHMG의 유해성을 몰랐다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신 전 대표를 문제의 제품 제조·개발의 최종 책임자로 보고 다음주 초 신 전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다시 소환할 계획이다.
검찰은 또 옥시에 원료를 공급한 도매상 CDI 대표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살균제를 제조한 한빛화학 대표 등을 소환해 제조 과정과 시점 등을 파악했다. 검찰 관계자는 5일 “의혹을 갖고 살펴보던 부분은 다 해소됐다”면서 “보완할 부분이 있지만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관계자들 혐의에 대한 내부 결론은 이미 내린 상태”라고 밝혔다.
검찰은 4일 PHMG에 대한 흡입독성 실험보고서 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대 조모(57) 교수를 긴급체포하는 등 옥시의 증거 인멸·은폐 부분에 대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조 교수가 검찰에 제출한 보고서에 일부 자료가 삭제되거나 누락된 정황을 포착한 것을 알려졌다. 검찰은 5일 조 교수를 이틀째 조사하는 한편 실험에 참가한 서울대 연구팀 관계자들을 소환해 실험 결과와 보고서 결과 사이의 차이점 등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2월 압수한 옥시 서버에서 확보한 이메일과 각종 회의 자료도 분석 중이다. 여기에는 가습기 살균제 파문이 확산된 2011년 이후 영국 본사가 각종 증거은폐 및 실험결과 조작에 개입한 정황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메일과 내부자료 검토를 마친 뒤 옥시 영국 본사 관계자들의 소환 여부도 결정할 방침이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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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05 1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