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쿡] ‘금배지’보다 어렵다던 소망교회 장로 되기… 이제 좀 쉬워질까

입력 2016-05-05 19:29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 소망교회(사진·김지철 목사)에서 최근 장로 선거를 했는데 후보 10명 중 7명이 장로에 피택됐다고 합니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장로 임직을 받은 사람이 16명으로 한해 2명꼴에 불과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그야말로 ‘장로 풍년’인 셈입니다.

소망교회에서 장로가 되는 건 사실 매우 까다롭습니다. “소망교회에서 장로 되는 게 국회의원 되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1992년 국회의원에 당선됐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1994년 소망교회 장로 선거에선 떨어졌습니다. 장로는 봉사와 구제 활동뿐 아니라 교인의 영적 상태를 돌보거나 심방, 전도활동에도 적극 참여해야 합니다. 소망교회는 이런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장로 직분을 쉽게 주지 않았던 것이죠.

일단 후보자가 되려면 ‘만 40세 이상’ ‘집사 경력 7년 이상’ ‘교회 제직회 및 각 기관에서 7년 이상 봉사’ ‘직계가족 모두 소망교회 성도’라는 조건을 갖춰야 합니다. 후보가 되면 예수를 영접한 계기와 소망교회에서의 활동사항, 최근 3년간 전도여부 등을 ‘신앙이력서’에 적어 제출해야 합니다. 선거에서는 소속 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의 헌법에 따라 투표 참가자 3분의 2이상의 표를 얻어야 합니다.

올해도 이런 조건은 동일하게 적용됐습니다. 다만 교회는 안정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데 해가 갈수록 은퇴 장로 수가 늘어날 게 확실한 상황이라 교인들 사이에 “장로 수를 늘려야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 많은 교인이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투표 시간을 늘렸습니다. 예전엔 주일 찬양예배 후에 한차례 했던 것을 이번엔 오전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투표할 수 있게 했습니다. 투표 시작 전부터 투표소 앞엔 긴 줄이 늘어섰다고 하니 투표 열기는 지난달 13일 있었던 20대 총선보다 뜨거웠던 것 같습니다.

이번에 장로로 피택된 정호철 집사는 “교회 안에서 작은 질그릇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질그릇은 그 자체로는 보잘 것 없지만 그 안에 값진 보배를 숨겨놓을 수 있습니다. 장로라는 권위를 드러내는 게 아니라 신앙과 삶에 모범을 보이며 깨끗한 양심을 가진 장로님들이 더 많이 장로 직분을 맡아 한국교회를 이끌어가길 소망합니다.이용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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