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신촌로 신촌갤러리에선 지난달 12일부터 25일까지 ‘2016 한바탕 웃음전 환한 미소’ 전시회가 열렸다. 혼자서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 30명을 담은 사진 30점이 전시됐는데, 이들은 사진 속에서 각자 개성 있는 포즈를 취하며 환한 미소를 뽐냈다. 사진 위엔 형형색색의 작은 나비 그림도 그려져 있었다. 꽃이 있는 곳에 나비가 날아오는 것처럼 성령님이 우리 안에 계시다는 뜻이다.
이 작품들을 위해 한부모를 직접 설득하며 무료로 사진을 촬영해준 이는 김광용(59·서울 큰문교회) 비전코리아29 대표다. 사진작가인 그는 “이번 작업을 하면서 사진 속 주인공들이 자기 사진을 보며 행복해하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모습을 목격했다”면서 “밤샘도 많이 했지만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카메라 렌즈’에서 하나님을 만나다=그는 일주일에 4∼5차례 자원봉사로 사진을 찍는다. 무료전시, 단기선교, 의료봉사 등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최근 다문화가족과 군 장병을 모델로 한 전시회도 열었다. 그는 “이웃들을 섬김 때 하나님을 가장 가까이 만날 수 있다”고 고백했다.
외삼촌과 아버지의 영향으로 초등학생 때부터 사진을 찍은 그는 27세이던 1986년 하나님을 만났다. 그는 누구보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본 사람을 또렷이 기억한다. 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도로 집중하기 때문이다. 당시 수년째 불교 가톨릭 개신교의 행사에서 사진취재를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남들이 볼 수 없는 것들이 카메라를 통해 보이기 시작했다. 스님, 신부와 달리 목회자 주변에선 아름다운 빛이 보였던 것이다. 그는 “카메라를 통해 빛을 본 뒤 그 빛이 있던 목사님을 닮고 싶어 교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카메라를 통해 예수님을 만난 셈”이라고 껄껄 웃었다.
◇“자살 생각하는 예술인 위해 전도”=그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2002년 한·일 월드컵, 2004년 아테네올림픽 때 한국의 전통문화를 알리는 전시회를 가졌다. 한국정부와 주최국,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허락을 모두 받아야 가능한 것으로 일생에 한 번 여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전시회였다. 사진작가로서 꿈을 모두 이뤘다고 생각한 2004년 무렵 삶에 지친 예술인들이 자살했다는 소식이 2∼3개월에 한 번씩 들려왔다. 유명세를 타기 전까지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던 그는 더욱 마음이 아팠다.
“어려운 형편에 있는 후배들과 전화해보면 이 친구가 2개월 혹은 4개월밖에 살지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절박해보여요. 제가 그 경험을 해봤기에 알 수 있죠. 제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복음을 전하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1년에 5∼7명의 예술인들을 전도한다. 두 차례 자살을 시도했던 한 후배는 그의 전도를 받고 모든 게 변했다. 복음 때문에 진정한 행복을 알게 됐고 가정도 변했다.
김 대표는 2007년 예술 작가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안정적 예술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비전코리아29를 설립했다. 국내 유망작가 발굴·지원, 미술 대중화를 위한 무료 전시 및 온오프라인 판매사업, 저작권 이미지 재판매 사업, 무료 전시갤러리 프랜차이즈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예술인들을 치과병원이나 한의원 등과 연결시켜줘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받을 수 있게 해주는 것도 그의 역할이다.
2006년에는 사진집 ‘사진예술로 찬양하는 창세기’를 펴냈다. 창세기 말씀과 그에 어울리는 사진을 함께 수록한 작품집이다. 단기선교차 해외에 나갔을 때 만난 선교사들을 통해 이 같은 책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현지인들은 사진을 통해 말씀을 더 쉽게 이해하곤 했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도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사진 활동을 계속할 계획이다.
“저는 작품에서 기본적으로 사랑과 따뜻함을 표현하려 합니다. 작품을 감상하는 분들이 조건 없이 행복해졌으면 좋겠어요. 하나님이 저에게 사진이라는 달란트를 주셨으니 저를 쓰신다고 하는 곳이면 어디든 주저 없이 달려갈 것입니다.”
김아영 기자 cello08@kmib.co.kr
[미션&피플] ‘사진 달란트’로 이웃 돕는 김광용 작가
입력 2016-05-05 18:58 수정 2016-05-05 2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