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국경 봉쇄·잇단 FTA 폐기… 美 반대시위로 시끌

입력 2016-05-05 18:19 수정 2016-05-05 21:28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가 지난 1일 인디애나주 테레호트의 인디애나극장에서 환호하는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고 승리를 다짐하고 있다. AP뉴시스

정치 아웃사이더였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45대 미국 대통령이 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2개월간 트럼프와 가진 세 차례 인터뷰를 토대로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벌어질 일’을 가상으로 꾸며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내년 1월 20일 취임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100일을 그려본 것이다.

파격적인 발언과 행보를 일삼았던 트럼프이기에 우려와 걱정이 적지 않다. 오는 11월 8일 그가 민주당 후보가 거의 확실시되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의 싸움에서 승리해야 벌어질 일이다.

트럼프는 인터뷰에서 “대통령 첫날은 부통령과 백악관 직원에게 미국이 더 좋은 방향으로 변하리라는 것을 명확히 할 것”이라며 “부통령은 의회에 영향력을 갖도록 도와줄 사람을 원한다”고 말했다. NYT는 “미국은 뭔가 잘못돼 있다. 사람들은 상처받고 경제는 쇠퇴하고 있다. 큰 변화를 만들어내기 위해 나는 재빨리 움직이겠다”는 트럼프의 발언을 언급하며 미국 사회가 급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NYT 시나리오에 따르면 정치가나 행정가 출신 부통령과 팀을 이룰 트럼프는 취임 첫날 국토안보부 직원과 군장성을 만난다. 멕시코 국경을 봉쇄하고, 국경에 더 많은 직원을 배치하기 위한 절차를 논의한다. 그는 수차례 멕시코계 이민자를 ‘마약 운반책’ ‘강간범’으로 묘사하면서 멕시코 국경에 벽을 쌓겠다고 말했다.

또 포드, 화이자 같은 대기업의 최고경영진에게 “외국에 공장을 세워 미국 내 일자리를 줄인다면 35%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통보한다. 무역정책의 새 장도 열린다. 자유무역협정(FTA)을 비판적으로 보는 트럼프는 “자유무역이 나라를 죽이고 있다. (협정을 폐기해도) 시장은 괜찮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했던 이민개혁 행정명령은 폐기된다. 불법 이주노동자를 추방하고 이슬람교도의 이민을 금지하겠다는 공약을 실천하기 위한 각종 준비작업도 시작된다. 외교정책 역시 변혁을 맞는다.

취임 후 100일쯤 되면 “증시를 비현실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비판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 대한 감사가 진행되고, 오바마가 사활을 걸고 추진한 건강보험프로그램 ‘오바마케어’는 폐지될 수 있다.

트럼프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수천명이 몰려 반대 시위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미국 전역에서 대통령 당선을 비난하는 대규모 집회가 연일 벌어질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미 “반대가 강하더라도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NYT는 “뉴욕 맨해튼의 부동산 재벌이자 TV스타였던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다는 것은 이전 대통령 누구와도 의미가 다르다”며 “믿을 만한 내각과 고위급 참모진을 구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미국 경제와 대중을 안심시키기 위해서는 그래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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