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지도부 구성 논란을 일단락지으면서 본격적인 수권정당 시험대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5일 ‘계파 갈등 해소’ ‘외연확장’ ‘협치 실현’ 등을 더민주가 극복해야 할 주요 과제로 꼽았다.
더민주는 19대 국회 내내 ‘고질병’인 계파 갈등을 노출하며 위기를 자초했다.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우상호 의원은 “의원총회만 하면 하도 싸워 당 지지율이 1%씩 떨어진다”며 단합을 강조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당권·대권) 갈등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수권정당이 될 수 없다”며 “4·13총선에서 어떻게 하면 이기는가를 봤으니 지금 변하지 않으면 (대선에서) 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내년 대선까지 당내 곳곳에 계파 충돌을 촉발할 수 있는 암초가 많다. 일단 오는 8∼9월 개최될 전당대회는 내년 대선 후보 경선의 전초전이 될 전망이다. 전당대회에서 선출될 지도부가 대선 후보 경선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재인 전 대표를 비롯해 김부겸 당선인과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등 잠재적 대권 후보들도 즐비하다.
유용화 정치평론가는 “전대 국면에서 주류와 비주류 간 갈등이 다시 표면화될 수 있다. 중재할 사람이 안 보이는 것이 큰 문제”라고 분석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에 대해 “일을 풀어가는 방법이 국민들에게 맞춰져 있는 분”이라면서도 “짧은 기간에 정치적으로 급성장한 분이라 빈틈이 많은 분”이라고 평가했다.
외연 확장도 시급한 과제다. 국민의당이 20대 총선에서 정당투표 2등을 하는 등 외연 확장의 중요성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더민주는 ‘나만 옳고 너는 틀리다’는 식의 폐쇄적 당 문화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원내대표 경선에서 당내 공감대는 확인됐지만 당의 새로운 문화나 방향을 제시하는 세력은 아직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전당대회 이후 물러나면 확장성은 더욱 떨어질 수 있다. 이 교수도 “그런 길을 걸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며 “총선 교훈을 잘 살리는지가 수권정당으로 가는 중대한 갈림길”이라고 진단했다.
과거 야당은 ‘발목 잡는 야당’이라는 여권의 공격을 받아 왔다. 하지만 여소야대가 된 20대 국회에서는 더 이상 ‘수적 열세’ 핑계를 댈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처음 원내 사령탑을 맡게 된 86그룹(80년대학번·60년대생)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졌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우상호 의원을 비롯한 86그룹이 운동권적 사고방식과 투쟁 방식에서 벗어나 ‘협치’를 실현한다면 더민주는 ‘운동권 정당’이라는 이미지 탈피와 세대교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 의원도 오찬 간담회에서 “지금까지는 남을 도와 그 사람이 잘되게 하는 정치를 했지만 이제는 직접 나서서 책임지는 정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원내대변인에 기동민(서울 성북을) 이재정(비례대표) 당선인을 선임했다. 기 원내대변인은 성균관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박원순 시장 측근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차장 등을 역임한 이 원내대변인은 과거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 사건에서 통진당 측 변호를 맡았다.
당 정책위의장에는 3선의 민병두 우원식 의원 등이 거론된다. 최승욱 고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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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05 18:09 수정 2016-05-05 2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