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공기업 사장 자리까지 흔든 ‘성과연봉제’

입력 2016-05-05 18:58 수정 2016-05-09 20:06

성과연봉제 도입 문제로 금융권이 진통을 앓고 있다. 금융노조가 협상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낸 데 이어 공기업 사장이 사표를 내겠다고 선언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택금융공사 김재천 사장은 전날 노동조합의 투표에서 성과주의 채택이 거부되자 “물러나겠다”며 사표를 들고 나가버렸다. 주변의 만류로 관할 부처인 금융위에 실제 사표를 제출하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부담이 컸다.

자산관리공사(캠코)에서도 노조가 투표로 성과주의를 거부했다. 두 공기업은 간부들이 조합원들을 1대 1로 만나 동의서에 도장을 받으려고 했을 정도로 성과주의 도입을 밀어붙였지만 실패했다. 김 사장의 사임 선언도 그만큼 압박이 컸기 때문이다.

정부는 4대 개혁의 일환으로 공기업 성과연봉제를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달 29일 주금공과 캠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9개 금융 공기관에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조기 이행 인센티브(페널티) 부여 방안’이란 공문을 보냈다. 공문은 “도입 여부와 시기에 따라 엄중하게 인센티브와 페널티를 부과하겠다”며 각종 불이익을 나열했다. 금융노조는 금융위가 산하 공기업 단체장들을 불러 노사교섭을 위한 협의체인 ‘금융사용자협의회’에서 탈퇴하도록 주문하는 등 부당하게 노사관계에 개입하고 있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요구하는 성과연봉제는 개개인의 성과를 평가해 연봉의 20% 이상을 차등지급하는 방안이다. 금융 현장에서는 효과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장은 “공정한 평가 방안부터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경제연구소는 올해 초 관련 보고서에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과 금융 관련 국제기구들은 성과급제도가 오히려 위기를 강화시켰다고 보고 오히려 규제하고 있다”며 “한국 정책 당국의 성과급제 강화는 뜬금없다”고 지적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