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우버’ 20대 여성 살인사건… 불안한 차량공유

입력 2016-05-05 18:15 수정 2016-05-05 21:26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滴滴出行)’의 운전자가 20대 여성 손님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지면서 온라인 차량공유 서비스의 안전성이 중국에서도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디디추싱은 중국 대표 인터넷기업 텐센트와 알리바바가 투자한 최대 차량공유업체다. 현재 중국 차량공유시장의 80%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

5일 중국 언론에 따르면 중국 선전의 한 초등학교 영어교사인 중모(24·여)씨는 지난 2일 오후 9시쯤 집에서 학교로 가기 위해 디디추싱 차량을 호출했다. 운전자 판모(24)씨는 중씨를 태운 뒤 한적한 길로 데려가 귀중품을 빼앗은 뒤 흉기로 살해했다.

지난해 7월 베이징에서는 디디추싱 운전자가 여성 손님을 성폭행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번에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차량공유 서비스 안전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디디추싱은 지난해 고객이 2억5000만명을 돌파하는 등 급속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운전자 관리에 허점이 많다. 디디추싱에 차량을 등록하기 위해서는 운전자 이름과 신분증 번호, 휴대전화 번호, 도시, 차량등록증, 차 브랜드만 입력하면 끝이다. 그것도 온라인으로 신청하고 별도의 검증 절차도 없다.

디디추싱 측은 “살인사건을 일으킨 운전자는 범죄 기록이 없었고 이전에 태운 손님 18명으로부터 어떤 불만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등록된 차량과 사건 당일 사용했던 차량이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 선전시 교통 당국은 디디추싱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에 종사하는 운전자 가운데 마약전과자가 1425명, 다른 형사전과자가 1661명이라고 발표했다.

디디추싱의 전신은 디디다처(滴滴打車)로 알리바바 출신 청웨이가 2012년 6월 설립했다. 처음에는 택시에서 시작했으나 전용차, 대리운전, 버스로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급성장했다.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는 우버도 중국에서만큼은 디디추싱에 밀려 맥을 못 춘다.

중국에서 차량공유 서비스는 불법이지만 정부의 묵인으로 영업이 이뤄지고 있다. 제도적인 안전장치가 없다는 뜻이다. 중국 당국은 이제야 관련 법규를 만들고 있다. 양촨탕 교통운수부 부장은 지난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온라인 차량공유시장에 관한 규정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