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도시 빈민의 생생한 민낯 보여줘… 고 제정구씨 눈을 통해 본 ‘청계천 판자촌의 삶’ 전시회

입력 2016-05-05 18:52 수정 2016-05-06 00:38
위쪽부터 1974년 청계천 둑방 위에서 촬영한 판자촌 전경 사진, 제정구(앞줄 가운데)가 1975년 청계천 판자촌 야학인 활빈교회 배달학당 졸업생들과 촬영한 기념사진,제정구의 서울대학교 학생수첩과 1988년 수상한 막사이사이상 메달. 청계천박물관 제공

청계천은 서울 도심의 오아시스 역할을 하는 명소이자 시민들의 휴식처지만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도시빈민들의 삶터였다. 청계천이 복개되고 청계고가도로가 건설되는 와중에 주변에는 판자촌이 즐비했다. 이곳에서는 질병과 빈곤에 노출된 도시빈민들이 넝마주이, 행상 등을 하며 하루하루 고단한 삶을 이어갔다.

서울역사박물관 분관인 청계박물관은 이런 청계천 판자촌 사람들의 삶을 집중 조명하는 사진전 ‘제정구의 청계천 1972∼1976’을 6월 26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고 5일 밝혔다.

지난 4일 개막한 이번 전시는 도시빈민들의 친구이자 대변자였던 고(故) 제정구(1944∼1999·사진)의 눈을 통해 바라본 청계천 빈민들의 생생한 민낯을 보여준다.

제정구가 판자촌 주민들을 처음 만난 1972년부터 판자촌이 철거되는 76년까지의 이야기를 통해 근대화의 격동기였던 70년대 서울의 그늘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전시에는 제정구기념사업회의 협조로 고인의 유품이 처음으로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된다. 판자촌에서 생활할 때 서울대 정치학과에 재학 중이던 고인이 사용한 학생수첩, 판자촌에서의 생활과 소회를 기록한 일기장, 빈민운동에 헌신한 공로로 1986년 수상한 막사이사이상 메달 등이다.

청계천 판자촌에서 제정구와 함께 빈민구호활동을 했던 일본인 사회운동가 노무라 모토유키 목사가 기증한 70년대 청계천 판자촌 사진 90여점도 볼 수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이며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누구나 무료 관람할 수 있다.

사종민 청계천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는 까마득하게 잊힌 사회적 약자, 판자촌 사람들의 삶을 다시금 기억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라동철 선임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