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 분쟁이 교회재판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법원으로 넘어오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교회재판 담당자의 전문성이 부족한 게 이유 중 하나일 겁니다. 교단 재판국 등에 소속된 목회자들이 법보다 경험과 관례에 따라 판결을 내릴 때가 많은 거죠.”
최근 서울 서초구 한국기독교화해중재원에서 만난 박재윤(68) 원장은 “교회재판의 경우 허점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지법 민사수석부장판사, 대법관 등을 차례로 역임한 그는 지난달 19일 중재원 제3대 원장에 취임했다.
“교회 재판에서 내려진 판결이 법원으로 넘어와 뒤집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법률적으로 봤을 때 그만큼 허점이 많다는 겁니다. 교단들은 재판 담당자들을 선정할 때 기독 법조인의 자문을 받아 전문가들을 교회 재판 담당 기관에 배치해야 합니다.”
중재원은 교회 내 분쟁을 법정 다툼보다 화해·중재 등 대안적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설립됐다. 2008년 4월 개원했으며, 2011년 11월에는 민간 중재기구로는 최초로 대법원 산하 사단법인으로 발돋움했다. 박 원장은 중재원 출범 때부터 이사, 조정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그는 “중재원 원장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처음 받았을 때 고사했다”면서 “하지만 (초대원장이자 대법관 출신인) 김상원 선배님의 거듭된 강권을 뿌리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특정 단체를 이끈 경험이 없어요. 법관으로 있을 때도 법원장을 건너뛰고 곧바로 대법관이 됐습니다. 어떤 기관을 책임지고 운영한 적이 없는 셈입니다. 교계에 발이 넓지도 못합니다. 이런 점들 때문에 다른 분들이 이 직책을 맡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컸던 거죠.”
전북 부안 출신인 박 원장은 서울 경동교회 장로이기도 하다. 그는 “하나님이 맡겨주신 이 일에 최선을 다해 헌신할 것”이라며 “화해와 사랑의 가치를 되새기며 중재원을 운영하겠다”고 다짐했다.
“중재원이 출범한 지 8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저희 단체의 존재나 활동에 대해 모르는 분이 많습니다. 중재원이 한국교회의 분쟁을 평화롭게 해결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박재윤 기독교화해중재원 원장 “교회재판 담당자 전문성 부족, 법원서 뒤집히는 판결 많아”
입력 2016-05-05 2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