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명 로비… 사업 청탁… 정운호 브로커들 행적 추적

입력 2016-05-05 04:01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법조비리 사건 수사는 정 대표와 연결된 여러 거물급 브로커의 행적을 되짚는 작업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정 대표의 브로커들은 사법처리 과정뿐 아니라 네이처리퍼블릭 매장 입점권 등을 두고서도 활발히 활동해 왔다. 정 대표는 이들과 골프 모임을 가지며 인맥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정 대표의 다양한 로비 의혹을 철저히 검토할 계획이라고 4일 밝혔다. 브로커들을 통해 로비 대상들에게 흘러간 돈이 얼마인지, 자금의 원천이 네이처리퍼블릭의 회삿돈인지 등을 규명하는 것이 검찰의 우선 과제다.

수면 위로 떠오른 브로커 가운데 핵심적인 인물은 정 대표의 항소심을 맡은 임모 부장판사에게 접근한 건설업자 출신 이모(56)씨다. 그는 서울 지하철 화장품매장 입점 로비 의혹으로 이미 검찰의 수사선상에 오른 상태였다. 코스닥 상장사와 유명 호텔, 건설사 임원 등 여러 직함을 가진 이씨는 현재 도피 중이다.

이씨는 고교 동문인 검사장 출신 H변호사를 정 대표에게 소개했고, 심지어 폭력조직 범서방파와 정 대표를 이어줬다는 의혹까지도 사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가 알려진 것보다 더욱 큰 브로커인 듯하다”고 말했다.

검찰이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한 브로커 한모(59)씨 역시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 과정에서 로비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지목돼 있다. 한씨는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정 대표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면세점 입점과 관련해 정 대표가 한씨 등과 해외에서 만남을 가졌다는 첩보까지 입수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3일 체포한 한씨에게 우선 군부대 마트에 네이처리퍼블릭 화장품 납품 로비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특가법 알선수재)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정 대표는 과거 지하철 입점 로비 청탁을 제안받아 응했다고 스스로 밝힌 일이 있다. 이때 등장하는 유명 로비스트는 심모(62)씨다. 심씨는 2002년 한일월드컵의 휘장사업권과 관련해 정·관계 유력인사에게 등급별 명절 선물을 제공한 리스트가 공개돼 파문을 일으킨 당사자다. 그는 2009년 정 대표에게 “20억원을 빌려주면 지하철의 좋은 매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2010년까지 총 72억2000만원을 빌려간 혐의로 기소됐다.

이 중 20억원은 심씨가 “서울메트로 사장과 잘 아는 사이이니, 100개 매장을 낙찰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며 받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심씨가 후원회장으로 있던 봉사단체는 그에 앞선 시기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의 딸과 며느리에게 1500만원가량의 장학금을 지급한 일이 있었다.

정 대표는 이후 심씨가 돈을 변제하지 않는다며 사기죄로 고소했지만 심씨는 모든 혐의에서 무죄였다. 정 대표 스스로가 법정에서 검찰 조사 때의 진술을 전면 번복했다. 정 대표와 심씨는 2009년 7월 동업약정을 체결한 이후 강원도의 고급 골프장에서 동반 라운딩을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 라운딩에는 한씨도 참석했다.

검찰은 이날 서울지방변호사회와 법조윤리협의회, 관할 세무서 등 4곳을 추가 압수수색했다. 정 대표의 형사사건을 맡았던 전관 변호사들의 변호사법 위반 행위와 탈세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수임 내역, 소득신고 자료 등을 확보했다.

이경원 양민철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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