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젊은 철학자 사사키 아타루(43·사진)의 최신작이다. 철학자·비평가·소설가라는 역할, ‘고고한 천재’ ‘선동하는 철학자’라는 별명, “현재 일본에서 대중의 열광적 지지를 끌어내는 유일한 철학자” “일본 사상계의 혜성” 등의 평가에서 드러나는 것처럼 사사키 아타루는 일본에서 열광적으로 읽히고 있다. 국내에도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을 시작으로 ‘이 치열한 무력을’ ‘야전과 영원’ 등이 번역돼 독서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도쿄대 문학부를 졸업하고 종교학 박사학위를 받은 사사키 아타루는 서양철학과 문헌학에 정통하다. 그러나 현학적이거나 고루하지 않으며, 동시대적이면서 모험적이다. 지식, 사상, 비평, 문학 등을 가로지르면서 과감한 메시지를 발랄한 방식으로 던지고 있다.
시적인 제목을 단 책 ‘춤춰라 우리의 밤을 그리고 이 세계에 오는 아침을 맞이하라’는 강연, 대담, 인터뷰 등 여섯 편의 글을 수록하고 있다. 사사키 아타루를 가장 편하게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춤, 번역, 음악, 미술, 소설, 사진 등 예술에 대한 논의가 현란하게 펼쳐진다.
클럽에서 심야에 춤추는 것을 금지한 ‘풍속영업법’ 제정을 비판하는 첫 번째 글 ‘춤춰라 우리의 밤을…’부터 진가가 드러난다. 사사키 아타루는 춤은 헌법적 권리라는 점을 역설하면서 법률을 통해 이를 규제하려는 시도를 정밀하게 비판한다. 또 춤을 예술, 역사, 정치 등의 측면에서 들여다보면서 춤은 생활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거기서 한 발 더 나간다.
“사랑하는 이 열도에서, 이 대지를 밟고 사는 인간이라면 우리가 밤을 밝혀서 춤을 추기에 이 세계에 아침이 온다고 생각해주십시오. 이 세계에 빛을 가져오는 것은 우리의 춤이라고.”
두 번째 글 ‘어머니의 혀를 거역하고, 다시’ 역시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번역론을 펼치는데, 번역이 모국어를 정련하고 보편언어로 진화시키는 유일하고 핵심적인 과정이라는 점을 설득력 있게 주장한다.
“자신만의 고유하고 독창적인 문화는 반드시 타인이 되는 시련, 번역이라는 시련, 타인에게 상처 입은 시련을 필요로 합니다. 그 시련 없이는 어떠한 문화도 존재할 수 없습니다. 지당하지만 일본인의, 일본인에 의한, 일본인만의 독자적인 문화는 절대 존재하지 않습니다.”
여문책 출판사는 ‘발걸음을 멈추고’ ‘이 나날들을 서로 노래한다’ 등 사사키 아타루의 책들을 연이어 출간할 예정이다.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책과 길-춤춰라 우리의 밤을 그리고 이 세계에…] 춤·번역·미술·사진 넘나드는 과감 발랄한 통찰
입력 2016-05-05 1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