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민 국립오페라단 단장은 신작 ‘오를란도 핀토 파쵸’(5월 18∼21일 LG아트센터)로 명예 회복을 할 수 있을까. 최근 김 단장은 오페라 비전문가인 부인을 ‘루살카’의 번역 및 드라마투르그로 참여시킨 것이 알려지면서 비판을 받았다.
4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국립오페라단 연습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 단장은 “논란을 일으켜 마음이 무겁다. 변명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며 “경비를 절감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는데 감독으로서 불찰이었다. 공식적으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오를란도 핀토 파쵸’는 지난해 7월 취임한 김 단장이 2015-2016시즌 ‘루살카’와 함께 직접 기획하고 제작하는 작품 가운데 하나다. ‘사계’로 유명한 바로크 시대 작곡가 비발디의 작품으로 국내 초연이다. ‘가짜 미치광이 오를란도’ 또는 ‘미친 척하는 오를란도’로 번역되는 이 작품은 오를란도를 둘러싼 다양한 인물의 사랑과 질투, 복수와 분노 등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담았다.
비발디는 평생 95편의 오페라를 작곡했지만 대부분 소실되고 26편만 남아 있다. 이 작품은 1714년 초연된 후 오랫동안 잊혀졌다가 2000년대 초반에야 다시 공연됐다. 워낙 희귀한 레퍼토리라 유럽에서도 거의 공연되지 않는 편이다.
이번 국립오페라단 공연에는 이탈리아 라스칼라 극장에서 활동한 지휘자 로베르토 페라타, 연출가 파비오 체레사 등이 참여한다. 베이스바리톤 크리스티안 센, 테너 전병호, 카운터테너 이동규, 메조소프라노 김선정 등 국내외 성악가들이 이름을 올렸다. 발레리나 김주원도 특별 출연한다.
김 단장은 “바로크 오페라가 국내에 생소한 편이지만 이 작품은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대중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음악적으로나 극적으로 이 시대 관객이 보기에 흥미로운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감독의 바람과 달리 이 작품은 오페라 팬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클래식계에선 바로크 오페라 중 유명한 작품이 많은데 유럽에서조차 생소한 작품을 굳이 왜 선택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세계 바로크 오페라 스페셜리스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홍보 문구도 과장됐다”며 “국립오페라단이 레퍼토리 축적 차원에서 적어도 재공연이 가능한 작품을 선택하는 것이 낫지 않았겠느냐”고 지적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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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도 생소한 ‘오를란도 핀토 파쵸’ 국내 초연 성공할까
입력 2016-05-04 21:33 수정 2016-05-04 2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