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여우와 별] 친구 별마저 사라진 어느 캄캄한 밤에…

입력 2016-05-05 19:42 수정 2016-05-05 19:49
작고 겁이 많은 여우가 있다. 하늘로 치솟은 빽빽한 나무들이 무서워 좀처럼 집 주위를 떠나지 않았던 여우에게 별 하나가 친구가 됐다. 어둠을 환히 비춰주는 그 별만 있으면 캄캄한 밤도 여우는 무섭지 않았다. 여우는 열을 의지해 딱정벌레를 마음껏 사냥하고, 토끼를 뒤쫓을 때도 주춤하지 않고 쏜살같이 달린다.

그렇게 정답던 별이 어느 날부터 나타나지 않았다. 무섭고 쓸쓸해진 여우는 굴속에 웅크려 세상으로 나가지 않았다. 점점 외톨이가 된 여우는 어떻게 됐을까.

여우는 내 마음의 별을 찾아가기 위해 어둠에 맞서 세상 속으로 나가고, 결국 밤하늘의 엄청나게 많은 별들과 친구가 된다는 희망차고 가슴 따뜻한 이야기다.

책은 우리 마음에 자리 잡고 있는 ‘두려움’ 이라는 감정 하나를 건드리며 이야기에 몰입하게 한다. 주인공 여우는 동화에 주로 나왔던 교활하고 계산적인 전형적 캐릭터가 아니어서 신선하다.

어른이 읽어도 좋은 동화다. 기실 어른이 돼서도 조직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작가 코랄리가 창안한 특유의 풍부한 패턴과 색채가 돋보이는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표현했다. 여느 그림책과는 느낌이 다른 ‘패턴 그림책’이다.

펭귄북스 스타 디자이너 코랄리 빅포드 스미스가 쓰고 그린 첫 책이다. 코랄리는 빅토리안 시대를 연상시키는 ‘펭귄 클로스바운드 클래식’ 북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코랄리의 명성과 책의 예술성에 힘입어 미국,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스페인, 루마니아, 중국, 대만, 터키 등에서 출간됐다. 최상희 옮김.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