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통화당국 협업… 유일호 경제부총리 조정 능력 시험대

입력 2016-05-04 18:40 수정 2016-05-04 21:13
해운·조선업 구조조정에 필요한 자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회의가 4일 서울 종로 무역보험공사 회의실에서 열렸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차관(오른쪽 두 번째)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기재부 제공

기획재정부가 ‘폴리시믹스(Policy Mix)’를 내걸고 구조조정의 전면에 나서면서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역할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진해운은 3개월간 부채 상환을 유예받는 조건부 자율협약에 들어갔다. 해운업계 구조조정의 관건이 달린 용선료 협상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폴리시믹스 잘 될까=정부는 재정과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함께 동원하는 ‘폴리시믹스’ 방식으로 구조조정 자금을 다음 달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동시에 금융위원회가 쥐고 있던 구조조정 주도권도 돈줄을 쥔 기재부가 갖게 됐다.

폴리시믹스란 경제의 성장과 안정을 동시에 실현하기 위해 재정정책, 금융정책, 외환정책 등 각종 경제정책 수단을 종합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유 부총리는 재정과 통화 당국이 유기적인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 부총리가 4일(현지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가 열리고 있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자들에게 “기업 구조조정 방안을 만들면 국민께 이런 정책 조합을 선택했다고 당연히 설명해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이틀 전 유 부총리는 “국민적 공감대란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는 한국판 양적완화를 두고 대립해 온 이주열 한은 총재가 “중앙은행의 특정 기업 지원이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발언을 묵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 부총리가 이틀 만에 자신의 발언을 뒤집으면서 한은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유 부총리는 “(이주열 한은 총재와) 필요하다면 만나야 한다”면서 “당연히 국책은행 자본확충 태스크포스(TF)에서 보고받고 내부에서 이야기할 것이고, 이 총재와 그것 때문에 만나야 한다면 당연히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시한 다가오는 용선료 협상=현대상선은 이달 중순까지가 시한이고, 한진해운은 앞으로 3개월의 시간이 있다.

올해 초부터 선주들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현대상선은 지난달 해외 선주들에게 최종안을 통보하고 정상화 추진 내용도 제공했다. 현대상선은 “적극적인 협상을 전개하고 있지만 복잡다기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조건을 조율하는 과정에 불확실성이 상당하다”며 “현 시점에서 협상 타결 가능성을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채권단과 현대상선은 현재 20여곳에 달하는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 인하를 놓고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현대상선 측 요구는 용선료 30∼35% 인하다. 정부 역시 해외 선주들이 실상의 채권단이라고 보고 고통분담에 협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언론사 부장단 오찬간담회에서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시점”이라며 “용선료 협상 시한은 길게 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회사도 손해 보고 기업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마냥 협상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