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낼래? 난민 받을래?”… EU, 난민 할당 거부에 벌금제 추진

입력 2016-05-04 18:22
몰려드는 난민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유럽연합(EU)이 난민 분산 수용안을 거부하는 회원국에 1인당 3억원 넘는 벌금을 부과하는 초강수를 추진한다.

영국 언론 데일리익스프레스는 3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가 난민 수용을 거부하는 회원국에 난민 1인당 25만 유로(약 3억3000만원)씩 벌금을 물게 하는 망명법 개정안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개정안은 난민이 처음 도착하는 EU 국가에 망명 신청을 해야 한다는 기존 ‘더블린 조약’ 체제 대신 각 회원국의 인구, 경제규모, 수용능력 등에 따라 최초 도착지와 상관없이 유럽 각국으로 난민을 분산 수용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다.

EU는 이에 따라 난민 재배치 계획을 이행하지 않는 회원국에 거부한 난민 수에 따라 벌금을 계산해 물리기로 했다. 예컨대 EU가 지난해 발표한 난민 16만명 분산배치 계획에 따라 6200여명의 난민을 수용해야 하는 폴란드가 난민을 한 명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약 15억 유로(약 1조9800억원)의 벌금을 내야 한다. 사실상 난민 수용을 거부할 수 없게 만드는 조치가 될 전망이다.

난민을 거부한 회원국이 낸 벌금은 해당 난민을 받아 이들의 망명신청 절차를 진행한 나라에 돌아간다. 폴란드를 비롯해 체코, 헝가리,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 국가 대부분은 지난해 발표된 EU의 난민 재배치 계획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EU의 망명법 개정안은 집행위와 유럽의회 표결을 통과해야 최종 확정된다. 분산배치에 찬성하는 서유럽 국가와 반대하는 동유럽 국가들 간 이견이 첨예해 가결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