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에 누워계시는 부모님을 간호하느라 결혼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어요. 자식으로 당연한 도리를 한 것뿐인데 이렇게 큰 상을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44회 어버이날을 맞아 효행 부문 대통령 표창을 받는 59세 노처녀 김숙현(울산시 울주군 서생면)씨는 4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겸손하게 소감을 밝혔다.
김씨는 결혼도 하지 않고 폐결핵과 전립선암으로 투병 중인 아버지(92)와 고지혈증·신부전증을 앓고 있는 어머니(91)를 23년 동안 극진히 봉양한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젊었을 때 영어 동시 통역사로 일했던 그는 오빠와 남동생이 있지만 병세가 악화된 부모님을 모실 형편이 되지 않아 미련 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보살폈다. 일과 생활을 포기해야 했지만 부모님을 모시는 것에 대해 한 번도 후회나 원망한 적이 없었다.
공기 좋은 곳에서 간호하기 위해 모아둔 돈으로 안성의 한 호숫가 옆에 집을 지어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 그의 효심 덕에 어머니 병은 호전됐지만 이번에는 아버지에게 전립선암이 발병했다.
설상가상 김씨 본인마저 친척 보증을 잘못 서 경제적으로 어려워졌다.
집을 팔아 빚을 갚았고 지인의 도움으로 부모님과 함께 충북 진천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그는 플라스틱 용기 제조공장에 입사해 생산직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혼자 번 돈으로 치료비와 약값, 생활비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그는 5년 전부터 울주군 서생면에 사는 조카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고 있다. 그의 헌신적인 봉양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아버지는 지병이 악화돼 끝내 세상을 떠났다. 김씨는 “홀로 남은 어머니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마지막 소원”이라고 눈물을 흘렸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
‘효행’ 부문… 59세 김숙현씨, 부모 간호 23년… “내 삶 없어도 후회는 없어요”
입력 2016-05-04 2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