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옥시레킷벤키저(옥시) 의뢰를 받아 가습기 살균제 독성실험을 했던 서울대 수의과대 조모(57) 교수를 4일 긴급체포했다. 조 교수는 자문료 등을 받고 실험 결과를 조작해 옥시에 유리한 보고서를 제출했다는 혐의(증거인멸 및 뇌물수수)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이날 조 교수와 호서대 유모(61) 교수의 자택, 연구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실험 일지와 개인 다이어리, 연구기록이 담긴 컴퓨터 하드디스크, 연구비 사용 내역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조 교수가 옥시에 제출한 보고서의 실험 결과와 실제 연구실에서 연구원들이 진행한 실험 결과에 차이가 있다고 본다. 검찰은 조 교수가 옥시의 입맛에 맞는 보고서를 내놓기 위해 실험 결과에 손을 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실험 데이터가 일부 삭제되는 등 증거가 인멸된 정황을 포착해 현장에서 조 교수의 신병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조 교수가 옥시로부터 다양한 방법으로 송금을 받은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조 교수와 유 교수는 옥시로부터 각각 2억5000만원, 1억원의 연구용역비를 받고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써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교수가 용역비 외에 자문료 명목으로 수천만원을 개인계좌로 받은 것을 확인하고 대가성 여부를 밝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유 교수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제기한 민사재판에서 옥시 측에 유리한 진술서를 내기 전 수천만원을 받은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유 교수 신분을 참고인에서 피의자로 전환하고,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한편 옥시의 영국 본사인 레킷벤키저는 3일(현지시간)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태에 대한 사과문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레킷벤키저는 홈페이지 뉴스 코너에 올린 글을 통해 “한국에서 일어난 가습기 살균제 희생자들에게 사과한다”며 “희생자들과 가족들을 위해 올바른 일을 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노용택 황인호 기자 nyt@kmib.co.kr
‘옥시 보고서’ 서울대 교수 긴급체포… 2억 5000만원 받고 주문대로 조작 의혹
입력 2016-05-04 18:34 수정 2016-05-04 2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