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 잘 부탁” 90도 정치… 與 정진석 원내대표 “협치는 국민의 명령”

입력 2016-05-04 17:52 수정 2016-05-04 21:29
정진석 신임 새누리당 원내대표(오른쪽)가 4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을 찾아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에게 깍듯이 인사하고 있다(위 사진). 아래 사진은 정 원내대표가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를 찾아가 허리 숙여 인사하는 모습. 이병주 기자

새누리당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는 첫 행보로 정의화 국회의장과 야당 지도부를 예방했다. 국회의장실과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대표실을 직접 찾아가 90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하며 예를 갖췄다. 가는 곳마다 “‘협치’는 국민의 명령”이라며 몸을 낮췄다.

정 원내대표는 4일 정 의장을 만난 자리에서 “의장님이 계신 여기가 협치의 주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삼각 다리에서 어느 한 쪽이 빠져도 무너지니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를 찾아서는 “워낙 제가 부족한 게 많은데 많이 지도해 달라”고 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후 안철수·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를 잇달아 찾으며 공을 들였다. 그는 “제가 대표님 만나려고 일부러 (국민의당 당색인) 초록색 넥타이를 하고 왔다”며 각별한 모습을 보였다. 안 공동대표는 “세심한 데까지 신경써주셔서 협력이 잘될 것 같다”고 화답했다. 정 원내대표는 천 공동대표가 “협치가 이뤄지려면 무엇보다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이 필요하다”고 뼈있는 말을 던질 때도 “이제는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지시한다고 해도 관철할 방법도 없고, 국회 문턱을 그냥 넘을 수 없다. 협치는 피할 수 없는 외통수”라고 맞장구를 쳤다.

정 원내대표는 비공개 회동에서 “국민의당 정당투표를 보면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분이 많았던 것 같다. 국민의당에 새누리당 피도 섞여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 원내대표는 국민의당 박 원내대표, 김성식 정책위의장과 별도 회동도 가졌다. 둘은 만나자마자 서로를 껴안으며 반가워했다. 정 원내대표는 “힘이 많이 부친다. 많이 의지하겠다”고 했다. 양측은 ‘핫라인’ 구축을 위해 실무진끼리 연락처를 교환하기도 했다. 정 원내대표는 국민의당과 50분가량 면담했다. 더민주 예방 시간은 10분 남짓이었다. 오후엔 대학 동기인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와도 만났다.

정 원내대표의 이날 행보는 원내 제2당으로 전락한 여당의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듯했다. 야당으로부터는 “협조가 잘될 것”(김종인 비대위 대표), “협치의 적임자”(천정배 공동대표)라며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그러나 당내 현안은 녹록지 않다. 당장 ‘고질병(痼疾病)’처럼 된 계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 시험대는 원내 지도부와 비상대책위 구성이다. 주말쯤 구성될 원내 지도부는 당내 여러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도록 지역 안배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러나 재선급 원내수석부대표 몫은 민감하다. 원내수석부대표는 야당과의 실무 협상을 책임지는 만큼 ‘능력’이 최우선 고려 요소지만 특정 계파색이 뚜렷할 경우 반대 계파의 불만이 커질 수 있다.

정 원내대표는 오는 9일 당선인 연찬회를 열고 비대위 구성과 관련한 논의를 하기로 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정책실장을 역임한 국민대 김병준 교수를 초청해 특강을 들은 뒤 비대위 구성 방향과 역할, 출범 시기 등에 대한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당청 관계 균형을 이뤄내는 것도 숙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정 원내대표에게 축하 난을 보내며 원만한 당청 협력의 기대감을 드러냈다. 정 원내대표도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는 박근혜정부를 성공시킬 의무가 있다”며 “새누리당 전원이 친박이 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러나 비박(비박근혜)계 재선 의원은 “당청 화합도 좋지만 당이 총선 민의를 좇아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