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치소 동기’ 채용한 정태수 前 한보회장… 학교측 해당 직원 해고 위해 소송

입력 2016-05-04 18:32

강릉영동대학이 설립자 정태수(93·사진) 전 한보 회장의 ‘입김’으로 채용됐던 교직원을 해고하기 위해 소송을 냈지만 1·2심 모두 패소했다. 이 직원은 정 전 회장의 ‘교도소 동기’였다. 법원은 “채용 후 상당한 시간이 흐른 터라 ‘해고 시효’가 사라졌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윤성원)는 학교법인 정수학원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직원 A씨에 대한 ‘해임 취소’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낸 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패소로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강릉영동대는 1991년 2월 폭력 전과로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살다 가석방된 A씨를 채용했다. 배경에는 정 전 회장의 부탁이 있었다. 정 전 회장은 당시 수서비리 사건으로 구치소 수감생활을 하던 중 A씨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A씨의 성품이 올바르고 성실히 수감생활을 했다”며 장남이자 이사장이었던 정종근씨에게 채용을 추천했다.

학교 측은 2014년 7월 “옛 학교 정관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을 5년 내 채용할 수 없다’고 돼 있다”며 뒤늦게 A씨를 해고 조치했다. 이 조치가 중앙노동위에서 취소되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정 전 회장은 91년 12월 수서비리 사건으로 구속 기소돼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95년 특별사면됐다. 이후 97년 한보사태로 재차 기소돼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2002년 말 또 한번 특별사면됐다. 2006년 업무상횡령 혐의 등으로 다시 재판에 넘겨진 정 전 회장은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자 지병 치료를 핑계로 항소심 재판 도중 해외로 출국한 뒤 지금까지 귀국하지 않고 있다. 항소심은 ‘불출석’ 상태인 정 전 회장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2009년 이 판결을 확정했다. 현재 키르기스스탄에 체류 중인 정 전 회장이 귀국할 경우 이 형은 바로 집행된다. 그는 국세 2200여억원과 지방세 25억원도 체납한 상태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