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너무 고픈 나머지 음식을 훔쳤다면 절도죄가 아니다?
이탈리아 대법원이 배가 고파 슈퍼마켓에서 치즈와 소시지를 훔치다 체포된 노숙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과 BBC방송 등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인공은 로만 오스트리아코프라는 30세 우크라이나 출신 노숙인으로 그는 2011년 이탈리아 제노바의 한 슈퍼마켓에서 빵을 구매하면서 치즈와 소시지도 슬쩍 가방에 넣고 나오다 다른 고객의 신고로 체포됐다. 그가 훔친 음식은 4.7유로(약 6200원) 상당이었다. 제노바 법원은 지난해 징역 6개월에 100유로(약 13만2400원)의 벌금을 선고했다. 오스트리아코프의 사연이 알려지면서 현지에서는 그를 ‘현대판 장발장’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노숙인이 영양 섭취라는 필수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소량의 음식을 훔친 것은 범죄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먹지 않고서는 못 살기 때문에 피고의 행위에 불가피성이 있었다”고 이전 판결을 뒤집었다.
현지 언론들은 “매우 역사적이며 적절한 판결”이라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는 “해마다 600억 유로(약 80조원)만큼 비리가 터지는 나라에서 이 정도 소액 절도 사건으로 3심 법정까지 거친 것 자체가 이탈리아 사법 체계의 모순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년째 극심한 경기 침체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는 국민 4명당 1명꼴로 빈곤에 노출돼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자선기구 카리타스유럽에 따르면 이탈리아 빈곤층은 약 28.4%로 유럽연합(EU) 평균(24.5%)보다 높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伊 대법원 “배고파 음식 훔친 건 범죄 아니다”
입력 2016-05-04 1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