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대표의 정·관계 로비 사건 불똥이 롯데면세점으로 옮겨붙었다. 최근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계속 운영 기대감에 부풀어 있던 롯데그룹은 ‘정운호 게이트’가 터지자 악재로 작용할까 긴장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정 대표로부터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을 위해 군납 브로커 한모씨에게 돈을 건넨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4일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 3일 한씨를 체포했다. 실제 정씨가 건넨 돈이 롯데에 전달됐는지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맏딸인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한씨가 친분이 있다는 소문이 나돌면서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과 신 이사장 측은 금품수수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신 이사장이 몇 억원을 챙기기 위해 입점 청탁을 받았을 리 없다는 것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이사장과 한씨는 안면 정도만 있는 사이”라며 “면세점 입점 로비는 일절 없었고 신 이사장이 금품을 받은 사실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면세점 측도 로비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2010년 롯데면세점에 네이처리퍼블릭이 입점했을 때 양측이 직접 거래를 했기 때문에 한씨나 중간 브로커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는 것이다. 네이처리퍼블릭이 전국 49개 면세점 중 34개에 입점해 있을 정도로 인기 브랜드여서 롯데면세점에만 로비를 할 이유가 없다고 롯데 측은 설명했다. 2010년 입점 첫 해 네이처리퍼블릭의 연매출이 20억원이었는데, 로비 자금이 20억원에 이른다는 내용 역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정부가 면세점 신규 특허권을 3곳에 추가로 내주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기사회생의 희망에 부풀어 있다. 지난해 빼앗긴 특허권을 되찾아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을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월드타워점은 서울시내 3위 매출 규모를 갖고 있어 롯데면세점 측이 포기할 수 없는 곳이다.
하지만 정운호 게이트가 불거지면서 면세점 특허권 획득에 어떤 영향으로 작용할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혐의가 입증되더라도 개인 간 청탁에 그칠 가능성이 높아 면세점 사업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한 편이다. 하지만 지난해 ‘형제의 난’으로 불리는 경영권 분쟁 이후 롯데면세점이 월드타워점 특허를 잃었던 전례에 비춰 또다시 ‘괘씸죄’에 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돈다.김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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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정운호 게이트’에 면세점 발목 잡힐까 긴장
입력 2016-05-04 18:33 수정 2016-05-04 2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