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 어버이’ 65세 이정순씨, 뇌성마비 아들 45년째 수발… “낳았으니 책임져야죠”

입력 2016-05-04 21:22
이정순씨가 5일 충북 제천시청진동 집에서 뇌성마비로 거동하지못하는 아들을 돌보고 있다. 뉴시스

“가장 큰 소원은 가족의 건강입니다. 부모가 자식을 학대하고 살인하는 뉴스를 접할 때마다 눈물이 납니다.”

제44회 어버이날을 맞아 ‘장한 어버이’로 대통령 표창을 받는 충북 제천시 이정순(65·여)씨는 4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몸이 불편해도 내 자식이고 낳았으니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부모의 도리”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선천성 뇌성마비(지체하지기능 1급 장애)를 앓고 있는 큰아들 김영민씨를 45년째 수발하고 있다.

이씨는 “영민이가 불편한 몸으로 태어났을 땐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이것이 평생 내 생활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벌써 세월이 이렇게 흘렀다”고 말했다.

1972년 영민씨를 낳은 뒤 아들을 돌보는 게 그의 삶 전부가 됐다. 이씨는 하루 24시간 아들 옆에 붙어산다. 이씨의 일상은 큰아들의 하루 세끼 밥을 먹이고 대소변도 받아내고 있다. 잠시 집 근처 시장에 가는 정도가 아들과 떨어져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가장 힘든 것은 아들을 병원에 데려가는 일이다. 아들을 데리고 병원에 가려면 119구급차를 불러야 한다.

영민씨는 중증장애로 학교에 다닐 수 없었다.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는 그는 스스로 글을 깨우치고 컴퓨터로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웠다. 하루 종일 방에 갇혀 있으면서도 성격만큼은 누구 못지않게 밝게 자라줬다. 인터넷으로 엄마를 위해 옷이나 영양제 등을 주문해 줄 정도로 효심도 깊다.

이씨는 “나 없이는 움직일 수 없는 영민이를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며 “몸이 불편해도 나에게는 사랑스러운 아들”이라고 전했다.

이씨는 남편이 외환위기(IMF) 사태 때 실직하는 어려운 살림에도 영민씨의 두 동생을 대학까지 졸업시키고 화목한 가정을 꾸렸다. 아들을 지극 정성으로 돌보는 모습에 감동한 주변 사람들은 이씨를 장한 어버이상 후보로 추천했다.

이씨는 “지금까지는 몸이 건강해서 아들을 보살폈는데 점점 아픈데도 많아졌다”면서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데 언제까지 건강을 유지하며 영민이를 보살필 수 있을지 걱정”이라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제천=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