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참패 후 새누리당에서 나온 ‘친박(친박근혜) 2선 후퇴론’이 옅어지고 있다. 친박의 물밑 지원을 받은 정진석 당선인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다. 당내 최대 세력은 여전히 친박임이 표 대결로 입증됐고, 비박(비박근혜)계는 목소리는 컸으나 단결이 안 됐다. 존재감을 확인한 친박이 결국 당권도 접수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 원내대표의 취임 일성은 단합이었다. 지난 3일 당선인 총회에서도 “(경선이 열린) 246호를 떠나는 순간부터 계파 얘기는 지워버리자”고 했었다. 하지만 당내에선 과연 정 원내대표가 친박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탈(脫)계파의 시험대는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전당대회다.
비대위를 어떻게 구성하느냐는 당권과 직결돼 있다. 계파별로 입장차가 뚜렷한 이유다. 실질적 권한을 가진 혁신 비대위가 들어서면 수평적 당청 관계와 여권 내 세력 개편이 이슈로 부각되면서 비박이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친박계는 전당대회 준비와 선거 관리를 위한 실무형 비대위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비대위는 어차피 전당대회 때까지만 활동하는 임시 기구”라며 “비대위보다는 내년 대선까지 갈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장기적인 쇄신 계획을 짜는 게 맞다”고 했다. 홍문종 의원도 MBC라디오에 출연해 “외부 비대위원장에게 비례대표든 공천권이든 당에서 줄 게 없어 모셔오기 어렵고, 어차피 전당대회에서 뽑히는 당대표를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고 현실론을 폈다. 비대위 역할을 제한하고 전당대회를 제때 실시하자는 주장은 친박 책임론이 희석됐기 때문에 가능한 측면이 크다. 또 다른 의원은 “의원들이 정 원내대표를 택한 건 혁신도 중요하지만 당의 안정이 더 시급하다는 의미”라고 했다. 친박이 전면에 나설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친박 내에선 ‘최경환 당대표’ 얘기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여기에 이주영 홍문종 이정현 의원이 이미 출마 의사를 밝혔다. 122명 당선인 중 70명 이상이 친박으로 분류돼 수적으로도 다수다.
비박계는 친박 대표로는 당 쇄신은 물론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하다고 반발하고 있지만 확실한 주자군이 없어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나경원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에서 패해 타격을 입었고, 5선이 되는 정병국 의원은 세가 약하다는 평가가 있다. 당대표 혼자는 당무를 주도하기 어렵기 때문에 3선이 되는 강석호 김성태 황영철 의원 등과 스크럼을 짜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
존재감 확인한 친박… 내친 김에 당권까지?
입력 2016-05-04 17:49 수정 2016-05-04 2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