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옥시 사건’에 대한 정부 부실대응도 철저히 밝혀라

입력 2016-05-04 18:52 수정 2016-05-04 22:09
환경부가 3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 후속조치의 하나로 ‘살(殺)생물제(biocide) 관리 개선 대책’을 내놨다. 살생물질과 이를 함유한 제품을 전수 조사해 유해성이 확인되면 시장에서 퇴출하고, 살생물제품 허가제를 도입하겠다는 내용이다. 현행법은 세정제 접착제 방향제 등 15종의 생활화학제품에 대해서만 위해성 평가를 하도록 돼 있는데 그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근본적인 재발 방지책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진일보로 평가할 수 있지만 만시지탄이다. 가습기 살균제의 위해성이 확인된 2011년에 충분히 취할 수 있었던 조치다.

가습기 살균제를 둘러싼 정부의 대응은 총체적 부실이었다. ‘옥시싹싹’에 함유된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은 카펫 항균제 용도로 개발됐고, 미국에서는 농약으로 분류돼 있다. SK케미칼은 카펫 항균제용으로 1996년 환경부에 PHMG의 유해성 심사를 신청했다. PHMG에는 ‘호흡기로 흡입하면 위험하다’는 경고가 담긴 물질안전보건자료(MSDS)가 따라붙게 돼 있다. 그런데도 환경부는 흡입독성 실험을 하지 않은 채 1997년 PHMG가 “유독물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관보에 고시했다.

정부는 2001년 옥시가 PHMG를 가습기 살균제 원료로 사용해 제품을 출시했을 때도 별다른 검사를 하지 않았다. 수입 업체와 국내 제조사에도 제공된 MSDS는 산업안전 보건의 기본인데 이를 환경부가 못 봤거나 보고도 무시했다면 어이없는 일이다.

가습기 살균제는 산업자원부의 공산품 안전규정에도 해당되지 않았고, 당시 식품안전청의 의약품·의약외품의 안전성 검사 대상도 아닌 사각지대에 있었다. 2011년 가습기 유해성이 확인된 후에야 의약품·의약외품으로 지정됐다.

검찰 수사 결과와는 별개로 정부의 부실대응 논란은 갈수록 커질 것이다.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는 한국에서만 판매됐는데도 정부는 업체가 제출한 자료만 보고 안전하다고 판단했다. 관련 부처인 환경부와 보건복지부, 산업자원부의 허가·관리·감독 과정을 낱낱이 감사하고 직무유기나 수뢰 등의 의혹이 드러날 경우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 그밖에 검찰이 관련 형사고발 사건을 3년반 동안 사실상 방치한 이유도 밝혀야 한다. 이 모든 의혹들이 국회 청문회에서 규명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