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vs 트럼프 ‘극과 극’… 유례없는 ‘거친 대결’ 펼친다

입력 2016-05-04 18:08

“트럼프는 분열적이고 나라를 이끌 자질이 부족하다.”, “무역을 이해 못하는 클린턴은 좋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미국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경선 절차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벌써 본선 레이스에 돌입한 듯 상대를 겨냥한 포문을 열었다.

◇대선 본선 유례없는 격돌 예상=클린턴 대선 캠프의 존 포데스타 선대본부장은 3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미국의 대통령은 근본적으로 이 위험한 세계에서 나라를 안전하게 지키고, 일하는 가정이 잘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포데스타는 “트럼프는 미국인들을 협박하고 분열시키고 있지만 클린턴은 우리를 단합시켜 모두에게 유익한 경제를 창출해낼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인디애나주 경선 승리가 확정된 직후 뉴욕 맨해튼의 트럼프타워 앞에서 연설을 갖고 “클린턴은 무역을 이해하지 못해 좋은 대통령이 되지 못할 것”이라며 “(클린턴을 상대로) 11월에 크게 이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거친 막말의 소유자다. 향후 클린턴에 대한 공격이 예사롭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인디애나 경선 하루 전인 지난 2일 클린턴에 대해 부정적인 내용의 책들을 펴낸 작가 에드워드 클라인을 따로 만나 식사를 같이했다. 클린턴에 대한 공격 소재를 찾기 위해서였다. “힐러리가 여성이 아니었으면 5%의 지지율도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던 트럼프는 “(힐러리에 대한 공격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클린턴 참모들은 트럼프의 비난 공세가 대부분 아주 오래전 헛소문에 근거한 것들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트럼프의 험한 입에서 나올 자극적인 표현이 은근히 신경쓰이는 눈치다. 클린턴 참모들은 트럼프의 기업 부도 전력과 트럼프대학 운영 과정의 비위 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고 보고 본선에서 이를 집중 부각한다는 구상이다. 트럼프의 검증되지 않은 자질과 클린턴의 준비된 후보 이미지를 대비시키기로 했다.

◇공약도 극과 극=클린턴이 집권하면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을 대부분 승계할 것으로 보인다. 선거 과정에서는 노조를 의식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국무장관 시절과 다른 행보를 보였지만 당선되면 대외정책은 오바마 행정부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권을 잡으면 미국의 기존 대외정책이 일대 전환을 맞을 전망이다. 우선 중국에 대한 보복관세로 무역 보복을 불러일으키게 되고, 멕시코 국경의 장벽 건설 강행과 비용 부과는 멕시코의 반발, 미국의 고립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우려다.

외교안보에 있어서도 트럼프는 동맹국에 더 많은 부담을 요구할 것임을 밝히는 등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클린턴은 동맹국들과의 기존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의 대외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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