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사상 첫 여성 대통령의 탄생이냐, 부동산 재벌의 권력 장악이냐. 정치 주류의 수성이냐, 아웃사이더의 등극이냐.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공화당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 후보 대결로 결국 압축됐다.
트럼프는 3일(현지시간) 실시된 인디애나주 경선에서 53.2%의 득표율로 압승함으로써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됐다. 36.6% 득표에 그친 트럼프의 경쟁자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이날 경선 포기를 선언했다. 이로써 클린턴과 트럼프 중 승자가 백악관을 차지하게 됐다.
클린턴은 퍼스트레이디와 연방 상원의원, 국무장관 등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워싱턴 정치의 주류 인사다. 아웃사이더로 불린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추격을 따돌리는 데 성공했다. 클린턴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미국에서 여성에게 참정권을 허용한 지 96년 만에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게 된다. 또 그가 승리하면 남편 빌 클린턴에 이어 부부가 대통령이 되는 역사를 쓴다.
트럼프는 정치 경험이 없는 부동산 재벌이다. 재산이 많은 걸 자랑하는 부자다. 100억 달러(약 11조5440억원)가 넘는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의 재산을 29억 달러(약 3조3477억원)로 분석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평생을 일반인이 상상하기 어려운 호화 저택에서 살았고, 전용 비행기를 몰고 다녔다. 미국에서 재벌이 대통령 선거에 도전한 건 1992년, 1996년 로스 페로의 사례가 있지만 아직 성공한 적은 없다.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됐지만 이전에 공화당에 몸담은 적이 없다. 오히려 한때는 클린턴을 후원하는 민주당원이었다. 트럼프가 유명세를 타게 된 건 NBC 방송의 취업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를 진행하면서다. 그때의 인기를 바탕으로 대권까지 노리게 됐다.
트럼프는 이날 인디애나주 경선 승리로 모두 1048명의 대의원을 확보해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되기 위한 조건(대의원 1239명 확보)의 85%를 충족했다. 7월 전당대회 이전에 자력으로 후보 지명을 위한 매직넘버를 채울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대의원 153명)가 경선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지만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샌더스 의원은 인디애나에서 52.4%의 득표율로 클린턴(47.6%)을 상대로 의외의 승리를 거뒀지만 대세를 뒤집는 건 불가능한 상황이다. 클린턴은 매직넘버의 93%에 달하는 대의원을 이미 확보, 당 대선 후보로 일찌감치 결정됐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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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04 17:39 수정 2016-05-05 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