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비스 프레슬리가 살아 있을 확률’ ‘스코틀랜드 네스호의 괴물을 발견할 확률’…. 우승 확률 0.02%에 대한 설명이다. 확률로만 표현됐을 뿐 ‘가능성 제로’라는 말이다. 그런데 이 불가능한 꿈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현실로 바뀌었다. 동화 같은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21세기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은 바로 창단 132년 만에 첫 우승을 일궈낸 ‘레스터시티’다.
1992년 창설된 EPL은 잉글랜드 프로축구 1부 리그로 세계 최고의 축구 무대 중 하나다. 20개 팀으로 구성된 EPL은 거대 자본으로 움직인다. 그래서 지난 23차례 시즌 동안 우승컵은 거의 모두 ‘금수저’ 구단 빅4의 차지였다. 21년 전 블랙번 로버스의 깜짝 우승 외에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우승 13번)와 첼시(4번), 아스날(3번), 맨체스터시티(2번) 등 4팀만 정상에 올랐다. 스타플레이어들을 거액의 돈으로 사들인 머니게임 덕분이다.
하지만 레스터시티는 돈만으로는 성공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온몸으로 입증했다. 2015∼2016시즌 강등권 후보로 꼽혀 우승 확률 5000대 1이었던 레스터시티가 마법을 연출하며 엊그제 리그 챔피언으로 우뚝 선 것이다. 2부 리그에서 EPL로 승격된 첫 시즌에선 가까스로 강등을 면한 뒤 두 번째 시즌 만에 달성한 것이어서 더욱 드라마틱하다.
레스터시티는 ‘흙수저’ 선수들로 구성됐다. 8부 리그에서 주급 5만원을 받으며 뛰고, 프랑스 빈민가 길거리에서 공을 차고, 작은 키 때문에 입단테스트에서 번번이 쓴잔을 맛본 선수 등이 모인 외인구단이다. 그럼에도 ‘태양의 후예’ 대사처럼 그 어려운 걸 해낸 이유는 감독의 소통 리더십, 선수 개개인의 기량, 선수단 전체의 결속력, 선택과 집중의 전략, 꿈과 열정 등이 한데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흙수저들에게 한줄기 희망을 준다. 불통의 리더십, 금수저 세상, 전관예우, 천민자본주의 등이 판치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도 크다. 언더독(약자)의 반란이 참으로 유쾌하다.
박정태 논설위원
[한마당-박정태] 레스터시티의 신데렐라 스토리
입력 2016-05-04 1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