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서야… 정부, 살생물제 관리 강화

입력 2016-05-03 22:34 수정 2016-05-03 23:45
정부가 방향제, 탈취제, 합성세제 등 살생물제(Biocide)를 사용한 시중의 모든 제품을 조사해 유해 성분을 파악한 뒤 ‘허가제’를 도입, 관리하기로 했다. ‘사각지대’를 없애 제2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대통령 지시가 떨어진 뒤에야 뒤늦게 대책을 내놓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환경부는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 경과와 향후 조치계획’을 발표했다. 살생물제란 세균, 해충 등 원치 않는 생물체를 제거하기 위해 제조된 물질을 통칭한다. 각종 방향제, 탈취제, 합성세제, 표백제 등 생활화학 제품부터 소독제, 방충제, 살균제 등 의약외품에도 주성분이나 부성분으로 들어간다.

환경부는 유럽연합(EU), 미국처럼 살생물제를 목록화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위해성을 평가할 방침이다. EU는 ‘살생물제관리법(BPR)’으로 살생물제를 직접 사용하는 제품과 2차 가공품 등을 23개 제품군으로 유형화하고 사용 가능한 종류와 불가능한 종류를 분류해 관리한다.

우리나라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에 살생물제를 ‘위해우려제품’으로 간주해 업체가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위해물질 중량이 전체 비율의 0.1%, 총량이 연간 1t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적용되고 대상도 방충제, 소독제, 방부제 등 일부 품목으로 한정돼 있어 대부분의 살생물제는 규제 밖에 놓여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환경부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2년간 살생물제를 전수조사한다.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살생물제품 허가제를 마련, 비허가 물질이 포함된 제품은 단계적으로 시장에서 퇴출할 계획이다. 항균 기능이 있는 전자제품이나 가구 등 2차 가공품도 허가제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원료 물질의 위해성 평가와 안전 기준, 표시 기준 등도 강화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이미 마련돼 있는 EU나 미국 등의 기준을 우선 활용해 허가제를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가습기 살균제 사망자가 발생한 지 5년이 지나고 지난달 28일 박근혜 대통령 지시까지 나온 뒤에야 정부가 부랴부랴 움직였다는 비난을 피하긴 힘들게 됐다.

환경부는 가습기 피해자들에 대한 대응 속도도 높이기로 했다. 3차 피해 신청자 조사·판정은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 내년 말까지 마무리하고 국립의료원 등을 조사기관에 추가해 4차 신청자 조사도 함께 완료할 계획이다. 피해 인정 범위를 비염이나 기관지염, 간이나 심장, 신장 등으로도 확대하기 위해 ‘폐 이외 질환 검토 소위원회’를 운영하기로 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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