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민단체들이 과도한 사교육에 시달리는 학생들을 위해 ‘학원 휴일휴무제 법제화 운동’에 팔을 걷었다.
쉼이있는교육 시민포럼은 3일 서울 마포구 창비서교빌딩에서 ‘학원 휴일휴무제 법제화를 위한 쉼이 있는 교육 범국민 캠페인 출범식’을 개최했다. 시민포럼은 기독교사모임인 좋은교사운동 등 쉼이 있는 교육에 공감하는 개인 및 단체들이 모인 연합체다.
시민포럼은 하루 12시간, 주당 70∼80시간에 달하는 대한민국 청소년의 고단한 현실을 밝히고 심야시간과 휴일엔 공교육은 물론 사교육 영업도 금지하자는 취지로 캠페인을 기획했다. 법정 근로시간이 주당 40시간인데 청소년에게 성인의 2배에 가까운 시간 동안 책상에 앉아 공부하게 하는 것은 가혹하다는 것이다.
지역별로 학원영업시간을 오후 10시까지로 제한하는 곳도 있지만 여전히 심야시간까지 공부에 매달리는 학생이 많다는 게 시민포럼의 지적이다. 지난해 감사원이 발표한 ‘학교교육정상화 시책 추진실태’에 따르면 서울 강남에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다음날 오전 1시까지 영업한 학원이 적발됐다. 입시경쟁에 따른 사교육 광풍은 주말에도 쉴 기회를 빼앗는다. 좋은교사운동이 지난해 전국 초중고 학생 645명과 학부모 44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학생의 44%, 고등학생 63%가 ‘일요일에 학원에 다닌다’고 답했다.
반면 학부모와 학생들은 대부분 쉼 있는 교육을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부모의 95%, 학생의 85%는 ‘일요일 학원 휴무 법안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시민포럼 운영위원인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학원 휴일휴무제에 학부모 95%가 찬성했다는 건 ‘마지못해 학원에 보내지만 누가 좀 말려주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라며 “학생의 학습권이나 선택권을 핑계로 심야 및 휴일 학원영업을 정당화하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출정식에서는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축사를 전했다.
손 교수는 “과도한 사교육은 사회 약자를 불행하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약자인 학생들이 무한경쟁에서 벗어나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국회가 반드시 나서 달라”고 말했다. 영상으로 축사를 전한 조 교육감은 “‘학습노동’이란 비극적인 신조어를 접할 때마다 우리 학생들이 감당해야 할 교육현실을 떠올리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입시전쟁 속에서 학생들이 겪는 학습부담은 거의 아동·청소년 학대로 표현해도 좋을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경쟁에 노출된 학생들에게 학원부담을 줄여주는 일은 인권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며 “학생들의 건강과 휴식을 최소한으로 보장하는 이 캠페인이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도록 시 교육청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 교수 역시 영상축사에서 “심야 시간과 주말에도 공부를 권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학생들에게 제도적 학대를 가하는 셈”이라며 “사회적 합의를 거쳐 전국 학부모가 과도한 학습을 동시에 멈출 때 학생들의 고통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포럼은 출정식에서 ‘학원 휴일휴무제를 통해 무한경쟁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합니다’란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서명운동, 공청회 개최 등 캠페인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김 공동대표는 “학원 휴일휴무제를 법제화하는 일은 우리 사회의 가치 표준을 정하는 일”이라며 “학원업계의 이익보다 학생의 건강을 위해 무한경쟁을 제한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고 여론을 모으는 일에 시민들이 적극 동참해 달라”고 말했다.
글·사진=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심야·휴일에 학원 수업하는 것 법으로 막아야”
입력 2016-05-03 21:20 수정 2016-05-03 2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