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해운 업종 구조조정 과정에서 은행권이 쌓아야하는 대손 충당금은 최대 11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최대 9조원, 일반 시중은행은 2조5000억원을 손실 처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조선·해운 5개사에 대한 대출 중 96.8%가 ‘정상여신’으로 분류된 것으로 나타나 은행들이 구조조정에 대비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책은행이 이 돈을 손실 처리하면 국민들의 돈으로 메워야 한다.
3일 한국기업평가가 공개한 은행권의 조선·해운 관련 대출 스트레스 테스트(손실을 예상한 건전성 평가) 결과 국책은행의 경우 최대 자기자본 10%까지 충당금을 더 적립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으로 분류됐던 조선·해운 13개사에 대한 대출을 ‘회수의문’으로 재분류한 결과다. 정상 분류 채권은 충당금을 여신 대비 0.85%만 준비하면 되지만 회수의문으로 분류되면 50%를 쌓아야 해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조선·해운에 대한 은행권 총 대출 규모는 68조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기평 김정현 평가전문위원은 “당분간 은행들이 보수적으로 건전성을 재분류하는 등 구조조정 확대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출입은행은 주요 5개사(대우조선해양 한진중공업 현대상선 한진해운 창명해운) 대출을 재분류할 경우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이 최소 비율(9.25%)에 미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최악의 경우 수은은 5개사 충당금에 3조2000억원, 산업은행은 2조6000억원이 필요하다.
일반 시중은행의 조선·해운업 대출 규모는 총 여신의 1.7%(16조원) 수준이었다. 2조원 정도 손실이 발생해도 순이익으로 충분히 메울 수 있는 금액이지만 불똥이 어디로 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하나금융투자 이미선 연구원은 “철강·건설 업종까지 구조조정이 확대될 경우 시중은행 부담이 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세대 김정식 경제학부 교수는 “국책은행의 ‘낙하산’ 등이 경영관리 부실에 관련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다면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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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해운, 은행권 충당금 최대 11조 필요
입력 2016-05-03 17:58 수정 2016-05-03 2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