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새 사령탑 확정… 당 쇄신 놓고 치열한 논쟁 예상

입력 2016-05-03 18:40 수정 2016-05-03 21:37
정진석 새누리당 당선인(왼쪽)이 3일 국회에서 진행된 경선에서 나경원 의원을 물리치고 원내대표에 선출된 뒤 정책위의장에 뽑힌 김광림 의원과 함께 손을 들어 의원들에게 답례하고 있다. 이동희 기자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은 수평적 당청관계 속에서 여권 화합을 강조한 ‘정진석 원내대표-김광림 정책위의장’ 후보조의 승리로 끝났다.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지만 친박(친박근혜)계 물밑 지원을 받은 정 후보가 1차 투표에서 과반 이상의 득표를 얻으면서 다소 싱겁게 끝났다.

정 원내대표는 여소야대 정국의 냉혹한 현실 속에서 집권여당의 원내사령탑을 맡으며 당청관계와 대야관계를 조율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떠안았다. 당선과 동시에 당 대표 권한대행도 위임받으며 당 쇄신의 책무도 안게 됐다. 그는 계파정치 청산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친박계의 지지 속에 경선 승리를 거뒀다는 한계도 드러냈다. 향후 당 쇄신방향이나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을 놓고 치열한 당내 논쟁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정 원내대표는 3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 경선 모두발언에서 “새누리당은 청와대와 협의하고 야당과 타협해야 하는 ‘협치’의 중심에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과의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집권여당이 청와대와 대통령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을 던져놓고 변화가 없으면 어떻게 되느냐. 당당하게 (대통령을) 설득할 사람이 필요하다”며 “화려한 말과 이미지, 아이디어로는 혁신할 수 없다”고 했다. 당청관계 재정립을 강조하면서도 대통령과 각을 세우지 않고 협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당과 청은 운명 공동체적 동지관계로, 일방적 명령이나 지시는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그은 나경원 후보와는 결이 다르다.

정 원내대표는 당선자 소감 발표에서도 “경선장을 떠나면 누가 누구를 지원했는지 잊어 달라. 한마음 한뜻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화합을 재차 강조했다.

경선 최대 이슈는 ‘탈계파’였지만 투표에선 계파 밀어주기 양상도 나타났다. 당 중진의원은 “초선 45명 중 대부분과 친박 핵심들의 표가 정 원내대표에게 쏠린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정 원내대표가 얻은 69표 상당수가 친박에서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계파색이 옅은 정 후보가 러닝메이트로 대구·경북(TK) 출신 김광림 당선인을 섭외하면서 친박계 거부감을 누그러뜨렸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집권 하반기 당청이 불협화음을 낼 경우 공멸할 수 있다는 친박계 우려를 등에 업은 셈이다.

한 재선 의원은 “유기준 후보가 등장하면서 정 원내대표의 색깔을 희석시킨 측면도 있다. 나 후보와 중립파 대결이 이뤄져 선택이 오히려 쉬웠다”고 했다. 최경환 의원이 공개적으로 “친박 단일 후보는 없다”며 유 후보를 비토하면서 ‘자중론’을 외친 친박계의 결집이 되레 강화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정 원내대표는 삼자 대결 구도 속에서도 2위와 표 차이를 26표로 벌렸다. 총선 참패 이후 최대 계파로 등극한 친박계의 존재감이 드러났다는 평가다. 계파 청산을 외쳤던 정 원내대표로서는 ‘우군’과의 선긋기가 숙제가 됐다.

정 원내대표는 당 쇄신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아직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경선 참여 정견 발표에서 청와대와의 수직적 관계를 한 차례 비판했을 뿐이다. 한 비박(비박근혜)계 의원은 “총선 참패 이후 처음 지도부 얼굴이 바뀌었는데 나오는 목소리가 이전 지도부와 똑같다면 당의 쇄신은 끝”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의원은 “원내지도부를 구성하는 단계부터 정 원내대표가 이른바 ‘부채의식’에서 벗어나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