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수사·재판 ‘구명 로비’ 의혹이 본격적인 수사 국면에 돌입했다. 검찰은 사건 당사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였다. 지난달 12일 정 대표와 부장판사 출신 최모(46·여) 변호사 간 ‘구치소 폭행-과다 수임료’ 논란이 촉발된 지 21일 만이다. 야당과 대한변호사협회가 특별검사 도입까지 요구하는 상황에서 검찰로서는 조속한 수사를 통한 진실규명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기도 하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3일 서울 강남구의 네이처리퍼블릭 본사와 서초구에 있는 최 변호사 사무실, 관할 세무서 등 10여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최 변호사의 의뢰인 접견 자료, 구명활동 세부 내역을 기록한 다이어리 등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수사 대상자들은 이미 출국금지가 된 상태다. 다만 검사장 출신인 H변호사는 압수수색 대상에서 빠졌다. H변호사는 브로커 이모(56)씨의 소개로 네이처리퍼블릭 고문변호사를 맡았고, 정 대표에 대한 검·경 수사와 1심 재판까지 사건을 수임했다. 검찰 관계자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범죄 단서가 확보되지 않았다”며 “수사에서 배제됐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근 정 대표와 그에게 최 변호사를 연결해준 송모(40·수감 중) 이숨투자자문 대표를 불러 기초 사실관계를 조사했다. 정 대표는 “최 변호사가 보석을 조건으로 50억원을 요구했다. 소송 위임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세무서를 압수수색한 것은 최 변호사의 수임료 신고 내역을 분석해 탈세 혐의까지 확인하겠다는 뜻이다.
검찰은 우선 정 대표 측이 거액을 뿌려 법조 브로커, 전관 변호사 등을 동원한 뒤 부당한 구명 로비를 했는지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직 법조인과의 뒷거래가 있었던 정황이 나오면 대형 법조비리 사건으로 번질 수 있다.
검찰은 지명수배가 내려진 브로커 이씨를 검거하기 위한 인력도 대폭 늘렸다. 이씨는 네이처리퍼블릭의 서울 지하철 1∼4호선 매장 입점 로비를 명목으로 정 대표 측으로부터 9억원을 받아간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수년간 정 대표의 ‘대관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체포되면 보다 광범위한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검사 박찬호)는 군납 브로커로 지목된 한모(68)씨를 체포했다. 대형 방산업체 임원을 지낸 한씨는 정 대표와 계약을 맺고 롯데면세점 입점 로비 활동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2012년 양쪽이 체결한 계약은 롯데면세점에 네이처리퍼블릭 매장이 새로 입점하거나 옮길 때 좋은 자리를 배정받도록 해주고 한씨가 매장 매출액의 3%를 수수료로 받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방산비리와 관련해 체포한 상황”이라면서도 “외부에 소문이 많이 나 있고 검찰도 여러 경로로 들었기 때문에 (면세점 입점 로비 관련) 조사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호일 양민철 기자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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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03 18:29 수정 2016-05-03 2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