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 여당 변화와 혁신 주도해야

입력 2016-05-03 19:27
어제 새누리당 당선자 총회에서 20대 국회 첫 여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4선의 정진석 당선자는 정상체제 하 원내대표 이상의 짐을 짊어져야 한다. 지도부가 와해된 비상 상황에서 정 신임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또는 전당대회 개최 시까지 대표 역할은 물론 20대 국회 원구성 협상을 원활하게 마무리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리고 19대 국회에선 경험하지 못한 여소야대 정국에서 여당의 존재감을 국민에게 각인시켜야 하는 1인다역을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뭐 하나 쉬운 게 없는 형극(荊棘)의 길이다.

정 원내대표는 일성으로 “대통령이 아무리 일방적으로 지시해도 야당 협력 없이는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없다. 원내대표는 대통령과의 신뢰를 전제로 야당과 타협해야 하는 중차대한 자리”라고 협치를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의 위상은 새누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했던 19대 국회 때와는 하늘과 땅 차이다. 그런 만큼 정 원내대표의 성공 여부는 협상력·조정력에 달려 있다 하겠다. 현안 처리를 위해서라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것도 마다해선 안 된다. 더민주, 국민의당과 지속가능한 대화 틀을 구축해 협치의 패러다임을 만든다면 형극이 아닌 영광의 길이 될 수도 있다.

당청 및 당내 소통 또한 대야 소통 못지않게 중요하다. 정 원내대표는 그동안 수직관계였던 당청 관계를 수평관계로 만드는 데 직을 건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청와대의 ‘네 탓’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 새누리당이 청와대 거수기 역할에 그치는 한 한번 떠난 민심을 되돌리기 어렵다. 당청 소통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 당내 소통은 한결 수월해진다.

새누리당은 신임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출을 계기로 대대적인 변화와 혁신에 나서야 한다. 지금 새누리당에 가장 절실한 것은 육참골단(肉斬骨斷)의 각오다. 총선 참패 원인을 곱씹어보고 그 토대 위에 바꿀 수 있는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환골탈태만으로는 부족하다. 대통령과 청와대의 변화가 동반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체제 정비 역시 시급한 과제다. 새누리당은 더 이상 패배의식에 사로잡혀 뇌사상태에 빠져 있을 여유가 없다. 발등의 불인 기업 구조조정과 촌음을 다투는 산적한 현안들을 차질 없이 처리하기 위해서도 하루빨리 중심을 잡아야 한다. 현 당헌·당규에는 당 지도부 구성을 위한 전당대회를 오는 7월 열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때까지 원내대표 체제로 가든, 비대위 체제로 가든 빠른 결정이 필요하다. 당의 다수 의견인 비대위 체제가 바람직하다면 당론을 모아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적합한 인물을 추대해야 한다.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당이 안정을 찾는다. 이 과정에서 또다시 계파 놀음에 휘둘리면 새누리당의 미래는 암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