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자금 부족한데… 국책은행은 수당 인상

입력 2016-05-04 04:30
은행 직원들이 3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은행 리스크 관리 선진화 워크숍’에서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을 메모하고 있다. 진 원장은 “은행의 위험 관리 혁신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뉴시스
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자본 확충 논의가 진행 중인 국책은행들이 지난해와 올해 직원 수당과 연봉을 대폭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해운사의 부실이 심각해지는 동안 관리·감독 책임을 소홀히 한 국책은행들이 자신들의 주머니는 두둑이 채워온 셈이다. 국책은행들은 채권단의 맏형 격으로서 구조조정에 들어간 기업에 인원 감축과 급여 삭감 등 강도 높은 자구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구조조정 자금 부족한데 직원들은 수당 잔치=3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정규직 직원의 고정수당을 2014년 875만3000원에서 올해 1333만8000원으로 올렸다. 경영 실적에 따라 책정되는 실적수당은 같은 기간 271만7000원에서 794만1000원으로 3배 가까이 인상했다. 두 수당을 합한 금액은 2014년 1147만원에서 올해 2127만9000원으로 2년 만에 배 가까이 올랐다.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원에 육박한다.

산은은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상선 등 조선·해운사의 주채권은행이다. 구조조정 사태를 불러온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조선·해운 관련 부실 때문에 지난해 1조8951억원의 적자를 냈다. 1998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대우조선해양이 손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결산보고서를 낼 때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뒤늦게 손실이 공개되면서 주가는 폭락했고 조선업계 직원들은 대규모 구조조정을 감수하고 있다.

수출입은행도 상황은 비슷하다. 수은의 올해 정규직 직원 1인당 평균 보수는 2014년보다 500만원 가까이 올랐다. 특히 기본급과 복리후생비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수은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10%에 미치지 못해 정부에서 1조원 규모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식을 현물출자 받았다. 국민의 재산을 수은에게 넘겨준 것이다. 수은은 당시 경영진 임금 5% 삭감과 직원들의 임금 인상분 반납을 자구안으로 제출했었지만 약속은 아직 지켜지지 않았다. 수은 관계자는 “임원 임금은 삭감되는 것이어서 공시에 반영됐지만 직원들의 경우 연말에 인상률이 결정되는 구조여서 인상분 반납은 올해 말에나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심기일전한 국책은행?=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 주말 언론사 부장단을 만난 자리에서도 산은의 책임이 거론됐다. 하지만 임 위원장은 “그동안 조선 업황이 안 좋았고, 경영관리상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도 일부 있었지만 산은이 심기일전해 대우조선을 관리해가고 있다”고 두둔했다. 임 위원장은 “시장에서도 산은 인력이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한다”며 “구조조정 조직 인력을 대폭 늘리겠다”고도 했다. 금융위기 때면 시중은행들이 부실 여신을 관리하지 못한 책임으로 인수·합병까지 포함한 고통을 겪는 것과는 반대다.

전문가들은 국책은행의 부실을 메우기 위한 자본 확충은 국민의 직접적인 부담이기 때문에 이에 걸맞은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헌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현재 구조조정 논의는 문제의 원인이 뭔지, 자금을 투입하면 기업이 살아날 수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설명 없이 한은 팔 비틀기로만 진행되고 있다”며 “국책은행 자본을 늘려주더라도 문제를 여기까지 끌고 온 책임소재를 가려내는 작업이 있어야 국민들에게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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