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엑소(EXO)가 중국 상하이에서 ‘엑소 K-프렌즈 콘서트’로 곤욕을 치렀다. 엑소 측은 ‘팬미팅’으로 알고 있었고, 팬들은 엑소 완전체가 함께하는 콘서트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엑소 멤버가 모두 참석하지 않았고, 팬들은 금전적·심리적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당시 중국 공연 주최 측은 엑소 멤버가 모두 모이고, 10곡의 노래를 부르는 3시간짜리 무대를 준비했다고 홍보했다. 중국 측의 ‘엑소 완전체 출연’ 홍보는 제대로 먹혔다. 공연 표 값이 4000∼6000위안(약 71만∼107만원)을 넘어섰다. 좋은 좌석은 1만 위안(약 180만원)에 이를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 3월 27일 진행된 ‘엑소 K-프렌즈 콘서트’는 완전체 콘서트가 아니었다. 멤버 레이가 영화 촬영 스케줄로 불참했다. 홍보와 달리 엑소가 부른 노래는 5곡뿐이었고, 공연은 2시간도 되지 않아 끝났다.
당시 엑소는 이 행사를 팬미팅으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무대도 제대로 꾸며지지 않은 곳에서 콘서트를 해야 하는 상황도 감수해야 했다. 이런 상황은 중국 공연 주최 측이 SM엔터테인먼트와 직접 계약을 하지 않으면서 발생했다. 엑소뿐 아니라 중국 주최 측도 “우리도 피해자”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류 스타들의 중국 공연 진출이 늘면서 이와 같은 분쟁이 잦아지고 있다. 아이돌 그룹 신화는 지난해 5월 아시아 투어 콘서트 중 베이징 공연을 전격 취소했다. 신화 측은 대행업체의 불성실한 업무처리 때문에 공연을 취소하게 됐는데, 오히려 중국 법원에서 “투자사에 두 배의 공연비용을 배상하라”는 연대책임 판결을 받았다. 신화 측은 “계약 위반을 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투자사에 명예훼손 소송으로 맞섰다.
SBS도 분쟁에 휩싸인 사례가 있다. 2014년 11월 SBS ‘인기가요’ 선전 콘서트를 긴급 취소하면서 생긴 일이다. 이때도 대행업체가 물의를 일으켰다. 연예인 초청 비용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으면서 공연 취소 사태까지 벌어진 것이다. 가수 비도 2007년 중국 콘서트를 계획했다가 계약금 문제가 불거지면서 취소되는 일을 겪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중국 공연시장에 진출해 성공하는 사례가 더 많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얻게 되는 경제적·문화적 이득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문제는 중국 공연 현장에서 벌어지는 잦은 분쟁과 이에 대한 대처다.
엑소나 신화 등의 사례처럼 현지 대행업체의 부적절한 대응이 분쟁을 일으키는 일이 많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최근 ‘중국 공연시장 현황 및 진출 사례’ 보고서에서 공연 대행업체를 제대로 선정하고, 너무 많은 대행업체가 개입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보고서는 “중국 출신 가수들의 인기가 상승하는 추세지만 공연시장에서 영향력은 아직 적은 상황이다. 공연시장이 다원화, 세분화되면서 소형 라이브 공연에 대한 수요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추세 등을 감안, 중국 진출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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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05-04 0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