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평창올림픽조직위원장 사퇴

입력 2016-05-03 19:44

조양호(67·사진) 한진그룹 회장이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에서 갑자기 물러났다.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한 한진해운 문제 등 그룹 현안 수습이 직접적인 이유로 풀이되지만 ‘땅콩 회항’ 사건 등 그룹 관련 각종 악재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진그룹은 3일 “조 회장이 한진해운 등 그룹 내 현안을 총력을 다해 수습하고자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직 사의를 표명했다”며 “그룹 경영에 복귀하더라도 평창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노력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2009년 6월 평창동계올림픽 공동유치위원장을 맡으면서 평창동계올림픽과 인연을 맺은 조 회장은 2011년 7월 삼수 끝에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다. 이후 2014년 7월 김진선 전 조직위원장에 이어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에 오르면서 올림픽 준비를 총괄해 왔다.

조직위원장에 오른 해 12월 땅콩 회항 사건이 터져 거취 문제가 불거졌지만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도 위원장 자리는 고수했다.

조 회장은 당시 사과 기자회견에서 “대한항공 회장으로서 조현아의 아버지로서 너그러운 용서를 바란다”면서도 조직위원장직에 대해선 “공적인 자리로 혼자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올림픽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땅콩 회항 사건, 한진해운 경영정상화,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문제 등 그룹의 악재가 잇따르면서 건강이 악화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지난 3월에는 대한항공 부기장 김모씨가 페이스북에 업무가 과중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자 “조종사는 GO NO GO만 결정하는데 힘들다고요? 자동차 운전보다 더 쉬운 AUTO PILOT으로 가는데”라는 댓글을 남겨 논란이 일었다. 대통령의 이란 순방 준비 과정에서 경제사절단에 이름을 올렸으나 최종 불참하기도 했다.

4일 한진해운에 대한 채권단의 자율협약 심사를 앞두고 그룹 현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사퇴했다는 분석도 있다. 채권단에서는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조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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