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오페라단장, 비전문가 부인 공연 참여시켜 논란

입력 2016-05-03 20:18

김학민(사진) 국립오페라단 단장이 최근 선보인 오페라 ‘루살카’에 비전문가인 자신의 부인을 번역 및 드라마투르그로 참여시킨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을 낳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 ‘루살카’는 체코 작곡가 드보르자크의 오페라로 이번이 국내 초연이다. 낯선 오페라이니만큼 연출가에게 작품의 문학적, 예술적 조언을 하는 드라마투르그가 중요하다. 따라서 김 단장이 체코 문학 또는 오페라 전문가 대신 아마추어 음악 애호가인 자신의 부인을 참여시킨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단장의 부인은 고려대 영어영문과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영어교육 석사학위를 받은 뒤 현재 고려대 영어교육과에서 아동영문학 박사과정을 이수 중이다. 체코어 지식은 물론 오페라 작업 경력도 없다. ‘루살카’의 경우 체코 오페라인 만큼 원작에 충실한 번역과 해석이 더욱 중요한데도 김 단장의 부인이 체코어가 아닌 영어 대본을 번역하고 드라마투르그를 한 것은 문제였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김 단장은 “오페라 ‘루살카’는 동화이므로 아동문학에 대한 확실한 지식을 가진 사람과 함께 작업할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체코어를 전공한 아동문학 전문가는 매우 드물어 불가피하게 아동영문학을 전공한 아내를 선정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오페라계에서는 이 작품이 동화적 상상력이 깃든 설화에 바탕을 두고 있을 뿐 아동용 작품은 아니라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응이다. 게다가 김 단장의 이번 작품 해석 역시 지나치게 단순하고 도식적이라 원작의 의도나 매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단장은 “아내 사례비는 무보수로 책정했다. 캐스팅, 입찰, 용역 등 금전적인 문제와는 무관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으리라고 판단했으나 공적인 일에 가족을 연관시킨 것은 문제가 제기될 수 있고 도덕적 불찰이었다”며 “추후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겠다”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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